[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8)]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⑧ 강원도 얼음골 카라가나의 정체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8)]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⑧ 강원도 얼음골 카라가나의 정체
좀골담초 한반도 북부지방, 참골담초 강원도 정선 등에서 자생
  • 입력 : 2017. 03.06(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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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식물지, 자생종으로 좀골담초만 기재돼
참골담초 중국 자매종 덤불골담초와 비슷


2007년 6월 27일 “국립수목원은 전 세계적으로 북한지역에서만 자라고 있는 식물인 '참골담초'의 자생지를 강원도에서 발견했다. 참골담초는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남한에서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3년 후인 2010년 6월 29일에는 “국립생물자원관은 강원도 화천·평창·정선, 경기도 연천·포천의 풍혈지 5곳에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참골담초 등을 찾아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참골담초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최고권위의 식물관련 기관들에서 연이어 발견사실을 공표하고 많은 매체들이 앞 다퉈 보도할 만큼 중요한 종인가?

첫째 참골담초(학명 카라가나 코리아나)가 어떤 식물인가? 둘째 이 종은 과연 한반도 고유종인가? 셋째 우리나라에도 카라가나 즉, 골담초속에 속하는 종류가 있나?

솔비나무 숲(Maackia fauriei), 콩과에 속하는 낙엽활엽수로 10m까지 자란다. 한라산 고유식물 중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종의 하나다. 같은 속의 다릅나무(Maackia amurensis)가 한반도, 러시아, 일본, 중국에 널리 분포하는데 비해 이 종은 한라산에만 분포한다. 서로 배타적 분포영역을 가지고 있다. 지리적 자매종이다.

국제식물명색인과 온라인식물학데이터베이스의 합법명, 비합법명, 이명 등을 모두 들여다봤지만 참골담초의 학명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학명이나 이 학명이 지시하는 식물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식물명 대부분을 다루었다고 하는 2007년 '한국 속 식물지'는 참골담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골담초와 좀골담초 2종을 기재하고 있다. 좀골담초는 우리나라 북부에 자생하며, 골담초는 중국에서 도입한 것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이 참골담초는 언제부터 기록되기 시작했을까? 1942년 '조선삼림식물도설'에 조선골담초라는 명칭으로 나오는 것이 시초일 듯하다. 여기에서 해발 400m 이하, 강원, 황해, 평남에 분포한다고 한 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명 참골담초는 1949년 '조선식물명집'에 처음으로 등장하므로 조선골담초가 선취권이 있다. 즉 국명은 조선골담초라고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원도에 자라는 조선골담초(Caragana koreana, 사진 '블로그 여왕벌이 사는 집' 운영자 남명자 제공).

1974년 '한국식물도감(상권 목본부, 이문사)'에는 골담초, 조선골담초, 좀골담초 등 3종이 기재되어 있다. 조선골담초 분포지는 조선산림식물도설 내용과 같다.

1996년 원색한국기준식물도감(아카데미서적)에는, 골담초, 좀골담초, 참골담초 등 3종을 기재하고 있다. 참골담초 분포지는 위와 같으며, 국명은 '참골담초(조선골담초)'로 표기했다.

1976년 북한에서 발간한 조선식물지(과학출판사)는 골담초와 큰골담초를 도입종으로, 자생종으로는 좀골담초 한 종만을 기재하고 조선골담초는 언급하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 나온 2011년 '한국의 나무(돌베개)'에는 골담초와 함께 참골담초를 기재하면서 학명은 카라가나 푸르티코사(Caragana fruticosa)라고 하고, 조선골담초(Caragana koreana)는 이명으로 했다. 비합법명이라는 것이다. 이 두 명칭이 지시하는 식물은 한 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석회암지대의 바위지대나 숲가장자리에 매우 드물게 자라는데 중국 동북부, 러시아 동부에도 분포한다고 했다. 한반도 고유종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식물지 역시 이 종이 중국의 헤룽장성, 러시아 동부, 한국에 자란다고 기재하고 있다.

최근 강원도 정선군 장열리 해발 410m의 조선골담초 자생지 조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여기에는 또 어찌된 셈인지 국명을 참골담초라 하고 학명은 카라가나 코리아나로 쓰고 있다.

결론적으로 골담초는 중국에서 도입한 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좀골담초는 한반도의 북부지방에 자생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조선골담초다. 실체가 모호하다. 중국, 러시아와 공통 분포하는 덤불골담초(카라가나 푸루티코사, 학명의 뜻을 살려 이렇게 부름)일 가능성도 있다.

식물사진가 남명자가 촬영한 사진들에서 꽃이 잎겨드랑이에 2개씩 달린 경우도 흔하다든지, 복엽은 작은잎 5~6쌍으로 돼 있다든지, 열매의 끝이 길어진다든지 하는 형질은 조선골담초라기보다 덤불골담초에 훨씬 가까운 특성이다.

만약 그렇다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강원도에 자생지가 있으므로 분단분포종이 된다. 그렇지 않고 한반도 고유종인 조선골담초라면 지리적 자매종이 되는 것이다.

강원도 풍혈지, 즉 얼음골에 자라는 카라가나에 대해서는 이런 추론이 가능해진다. 한라산에도 과거에는 있었을 가능성이다. 지난 빙하기 때는 이 종이 한라산까지 확장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온난화와 함께 퇴각하면서 얼음골에 섬처럼 남아 그 옛날의 비밀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자매

연속된 서식지역이 어떤 지리적 기후적 장벽이 생겨남에 따라 여러 지역으로 분단된 결과로 분화했다고 생각되는 집단 또는 종을 지리적 자매군(vicariants) 혹은 지리적 자매종이라 한다. 즉 원래의 서식지가 외적요인에 의해 서로 배타적인 분포지역을 갖는 근연인 두 개 또는 그 이상 수의 분류군을 말한다.

그러나 분화의 원인이 분산이었는지 분단이었는지 분명하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공통된 조상종으로부터 지리적 분화에 의해 생겨 배타적인 분포역을 나타내고 있는 분류군의 집합을 이렇게 부르는 일도 많다.

칠레는 태평양과 안데스산맥으로 막혀 있는 나라다. 이 나라에는 국화과에 121속 863종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그 중 칠레와 멀리 떨어진 오스트랄아시아 요소도 4속이었다. 유라시아와 신대륙의 열대 공통요소는 10속, 북미 서부와 공통 요소는 12속이나 되었다. 북미서부, 남아메리카, 오스트랄아시아 공통 속은 4속, 칠레 고유속은 17속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사례는 아주 많다. 이것은 지구상의 땅덩어리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곤드와나라고 하는 큰 대륙에서 쪼개지면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수차례 걸친 빙하기를 포함해서 끊임없이 기온이 변화하는 등 환경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라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차에 걸친 빙하기를 거치면서 육지와 연속과 격리를 반복했다. 또한 원래의 식물분포역과는 다른 양상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됐다.

이와 같이 분산과 분단분포, 지리적 자매종은 한라산 식물상의 성립과정을 추정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이다. 한라산에 분포하는 종들은 이와 같은 요소 중의 하나로 분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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