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목숨을 잇게 하고 약이 되어준 풀·나무

[책세상]목숨을 잇게 하고 약이 되어준 풀·나무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식물 도감’
  • 입력 : 2017. 03.1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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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살림살이에 이로움 준 식물 366종

우리 겨레가 오래전부터 가깝게 여기고 살림살이에 써온 풀과 나무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나왔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식물도감'이다.

우리가 쉽게 보는 생명체 가운데 동물이 아닌 풀과 나무가 식물이다. 식물은 스스로 자라고 자신과 더불어 다른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양분을 만든다. 땅으로는 뿌리를 뻗고 하늘로는 잎을 내민다. 흙이 있고 햇볕이 있으면 스스로 제 몸을 자라게 하고 살아갈 양분을 만든다. 동물은 온전히 식물이 만드는 양분에 기대어 살아간다.

이 땅에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풀과 나무들이 살고 있다. '식물도감'에는 이 가운데 살림살이 관점에서 살펴본 관계를 기준으로 고른 식물 366종을 소개했다. 먹을 것이 되어서 목숨을 잇게 한 것, 약으로 쓰인 것, 집이나 옷을 짓거나, 살림살이 도구를 만드는 데 쓰였던 것처럼 이로움이 넘치는 식물들이 그곳에 있다.

이른 봄에 다른 나무보다 먼저 노랗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산수유. 가을이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가 새빨갛게 익는다. 산수유는 날로는 먹지 않고 말렸다가 약으로 쓰거나 차를 끓여 마신다.

열매에 솜털이 있는 목화. 삼베와 더불어 천을 짜는 데 가장 널리 쓰인 식물이다. 집집마다 목화밭을 가꿔 필요한 실을 잣고 천을 짜서 옷을 해 입었던 시절이 있었다. 꽃이 지고 나서 솜이 터지기 전 열매를 다래라고 한다.

식물을 풀어내는 글엔 살림살이에 어떻게 쓰이는지, 우리와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담겼다. 나무, 곡식과 채소, 들풀과 나물, 약초, 버섯, 바다나물 등 6가지 갈래로 나눈 일 역시 식물분류학이 아니라 살림의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사진 한 장으로 미처 다루지 못하는, 화가의 관찰력과 섬세한 손끝에서 나온 세밀화는 '식물도감'을 한층 풍요롭게 만든다. 풀과 나무의 온 생애를 꿰뚫어 내어 가장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그려냈다. 기호를 써서 심는 때, 거두는 때, 꽃피는 때 등을 한눈에 보이도록 했고 다른 이름이나 쓰임새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정보 상자를 따로 뒀다. 어른과 아이가 책을 보면서 자연에 공감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보리.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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