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2)]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 ⑫갯봄맞이꽃의 고향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12)]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 ⑫갯봄맞이꽃의 고향
바닷가서 자라는 식물 유라시아 내륙 깊숙한 곳에서 발견
  • 입력 : 2017. 04.03(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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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그노칸산국립공원, 멀리 모래언덕이 보인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갯봄맞이꽃, 해안가 바위지대 습지 등 분포
넓은 분포지역 중 한 변두리에 섬처럼 남아

아름다운 꽃들이 아무리 많아도 갈 길이 멀다. 서둘러야했다. 어느 정도 갔을 때 우리는 커다란 모래언덕에 다다랐다. 코그노칸산국립공원의 모래언덕 부분이다. 모래가 많아서 그냥 사막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버드나무과와 자작나무과의 나무들을 포함한 어느 정도 키가 큰 식물들이 있으므로 반사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이다. 지형지질로는 완전한 사막이지만 식생으로나 기후로나 사막지역은 아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독특한 경관을 활용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낙타를 태워주는 장사를 하고 있다.

이곳은 룬솜에서 170㎞, 울란바토르에서 280㎞ 거리다. 룬솜에서 출발하면 쉬고 가기엔 안성맞춤인 거리기도 해서 지나갈 때마다 차에서 내리게 된다. 다만 이번 탐사에서는 가야할 길이 너무 멀어 이전 탐사기록을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도로에서 벗어나면 바로 모래밭이다. 200m 거리엔 높은 모래언덕이 펼쳐진다.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데 아주 작으면서 깔끔해 보이는 식물들이 깔려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갯봄맞이꽃이다. 사실 이종이 한국에도 분포한다는 사실은 한참 후에 알았다.

갯봄맞이꽃, 어쩐지 익숙한 꽃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호야생식물로 지정할 정도로 드물다. 지금까지 경상북도 포항시 호미곶면 강사리에 2개 집단, 울산광역시 북구 당사동에 2개 집단, 강원도 양양군의 포매호와 고성군의 송지호에 각각 6개 집단과 5개 집단이 알려져 있다. 이 분포지는 해안의 바위지대에 형성된 소규모 습지와 미사 퇴적지거나 하구가 바다와 연결되어 있는 석호에서 모래로 된 곳에 분포하고 있다. 이 자생지들은 염분과 주기적인 침수 그리고 낮은 토양층에 따라 경쟁관계에 있는 식물의 침입과 생육이 억제되는 공간에 분포하고 있다. 바닷가에 자란다는 뜻이다.

갯봄맞이꽃(Glaux maritima)

이 종은 앵초과에 속하는 작은 식물로 높이 20㎝를 넘지 않는다. 주의 깊게 찾지 않으면 여간해서 눈에 띄지도 않는다. 갯봄맞이꽃속은 갯봄맞이꽃(Glaux maritima) 1종으로 구성하고 있다. 속명 글라욱스는 아마도 라틴어로 '연한 회록색의 눈에 잘 띄지 않는'이라는 뜻의 'glaucos'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종소명 마리티마는 라틴어 '바닷가에 자라는'의 뜻을 가진 'maritimus'에서 유래한 것이다. 즉 이 종의 학명은 '바닷가에 자라는 연한 회록색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식물'이라는 뜻이다.

한국 속 식물지에는 1변종(Glaux maritima var. obtusifolia)이 실려 있다. 이 변종은 이 종 내에서 '잎의 끝이 둔한' 집단이라는 뜻이다. 분류학에서 변종(variety, 약자로 var.)은 별개의 종이라는 뜻이 아니다. 어떤 종 내에 특정한 형질을 공통으로 소유하고 있는 일정 집단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변종은 종의 한 부분집합인 것이다. 한 종 내에 변종이 여럿 있을 수도 있다. 한국 속 식물지에서 갯봄맞이꽃을 변종으로 기재했다고 해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글라욱스 마리티마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이 종의 특징을 처음 기재할 때는 유럽산의 표본을 가지고 했다. 그래서 동아시아산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종은 북반구의 온대와 한대에 널리 분포하는 것이 밝혀졌다. 몽골에서도 이 종은 모든 식생대에 분포하는 몇 안 되는 종의 하나다. 우리나라에 자라는 갯봄맞이꽃은 이 넓은 분포 지역의 한 변두리에 섬처럼 남아 있는 집단이다. 이러한 예는 이미 암매와 조선골담초에서 봤다. 분단분포종의 하나다. 어쩌면 제주도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될지 모른다.

삼각갯길경(Goniolimon speciosum)

둥근갯길경(Limonium flexuosum)

갯길경(Limonium tetragonum)

이곳에는 또 다른 염생식물 갯길경과(Plumbaginaceae)의 몇 종도 보인다. 삼각갯길경은 우리나라에는 분포하지 않지만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에 널리 분포한다. 학명 고니올리몬 스페시오숨은 '각이 있는 아름다운 갯길경'라는 뜻이다. 둥근갯길경 역시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몽골과 시베리아에 분포한다. 학명 리모니움 플렉시오숨은 '줄기가 휘는 갯길경'의 뜻이 있다. 제주도에 자라는 갯길경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분포하는 종이다. 학명은 '네모 지는 갯길경'이라는 뜻이 있다. 이 세 종은 계절에 따라서는 매우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제주도의 갯길경은 줄기가 사각형이다. 몽골에 분포하는 종 중 줄기가 둥근 쪽은 둥근갯길경, 삼각형인 쪽은 삼각갯길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닷가에 자라는 식물들이 왜 이 유라시아의 내륙 깊숙한 곳에 자라느냐는 것이다.

글=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아직도 논란 중인 염생식물의 정의
전체 피지식물 중 0.5% 정도 차지
명아주과, 염생식물 비율 높아

지난 1세기 이상 염생식물의 정의는 단순하게 '염분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라고 해 왔다. 최근에는 '염화나트륨 300밀리몰(mM) 혹은 좀 더 최근에는 300밀리몰에서 생활환을 완전히 할 수 있는 식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70밀리몰 또는 85밀리몰 이하'를 제외하자는 제안들도 있었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염생식물이 많아지다 보면 이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명확하지가 않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밀리몰 단위는 염화나트륨인 경우 약 580밀리몰이 1% 수준이므로 0.1~0.5% 정도의 농도범위이다.

그래서 염생식물이 6000종 이상으로 추정한 학자가 있는가 하면 최근 염생식물 데이터베이스(eHALOPH Halophyte Database)는 염분내성을 갖는 종으로서 1500종 이상으로 동정하고 있다. 또한 그보다는 어느 정도 많은 1653종으로 동정하고 그들을 염생식물로 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어찌됐건 이 숫자들은 염생식물이 전 지구상의 피자식물 중 단지 0.5%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염생식물로의 진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의미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유로 드물고, 그렇지만 지구상에 염분토양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작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염생식물은 관속식물 65목(Order) 중 37목에서 나타난다. 계통유전학적 자료를 기초로 보면 염생성 방향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59회 정도의 진화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명확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염생식물이라는 과는 없지만 불균형적으로 염생식물 비율이 높은 과, 예를 들면 명아주과 같은 과가 있다. 속 수준에서 염생식물 또는 비염생식물이 높은 빈도로 함께 나타는 경우들도 있는데 잘 알려진 속으로 쑥부쟁이속(Aster), 콩속(Glycine), 질경이속(Plantago) and 가지속(Solanum)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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