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 인구 160개 놀이터
"어린이들도 당당한 시민"
눈높이 맞춘 정책에 감동
"아이를 위해 뛰는 심장을 가진 도시." 그 도시의 안내서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아이들과 함께 그 도시를 발로 누볐던 이는 그것이 그저 빈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아이들 역시 시민으로 보고 도시의 행정과 정책을 소개하는 곳, 바로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서쪽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에 속한 도시다. 1120년 자유무역도시로 건설됐고 인구는 약 22만명에 이른다. 라인 강가의 평원과 검은 숲, 풍부한 일조량 등 자연이 주는 혜택이 풍족하다.
이소영씨가 글을 쓰고 이유진씨가 사진을 찍어 묶어낸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는 프라이부르크를 배경으로 쓰여졌다. 지난여름 생태도시로 떠났던 두 가족의 특별한 여행기다.
프라이부르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놀이터다. 아우구스티너 박물관 앞 놀이터, 중앙역 근처 헤르츠예수교회 앞 놀이터, 전망대 끝 놀이터 등 160개의 놀이터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의 표정을 만드는 천년된 물길, 오리와 사람이 함께 헤엄치는 호수, 아기자기한 숲길도 자연 그대로 아이들을 품는다.
그곳에는 남다른 놀이터 원칙이 있다. 주민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놀이터를 조성하고 자연물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인공 울타리가 없는 놀이터는 어떻게 놀아야 다치지 않는지 아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직접 위험을 겪으면서 다음부턴 이러진 말아야지란 교훈을 얻도록 이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어린이를 위한 홈페이지를 따로 두고 시에서 하는 일과 정책을 알린다. 어린이 역시 당당한 시민이다. 검은 숲엔 어린이용 트래킹 코스가 30개나 있고 그걸 자세히 소개하는 책을 서점에서 판다. 시에서는 직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180쪽 분량의 두툼한 스포츠·문화시설 안내서를 발행하고 해마다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보완해 찍어낸다.
도시 곳곳을 누비는 트램 역시 어린이와 눈높이를 맞춘다. 자연체험, 도서관, 스포츠 등 어린이를 위한 목적지를 세세하게 분류해 어느 정거장에서 내리면 되는지, 배차 간격은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어린이집 앞에선 종종 손을 잡고 달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삼각대를 보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공사 중이거나 사고가 났을 때 도로 위에 놓아두는 삼각대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아이가 놀고 있으니 차들은 살금살금 지나가 달라는 표식으로 세워둔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했던 두 가족의 생태도시에 얽힌 추억은 우리가 사는 동네, 우리가 사는 도시를 더 많이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오마이북.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