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12)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Ⅶ 건강캘린더](12)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 삶의 질에 악영향
  • 입력 : 2017. 04.14(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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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슨병 환자들은 안정시 떨림을 비롯 근육경직, 행동이 느려지 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1817년 첫 학계 보고 200년 역사
인지/감정·감각·자율신경·수면
증상따라 생활·습관 조절 필요

지난 11일은 '세계 파킨슨병의 날'이었다. 올해는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1817년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을 학계에 보고한 지 2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그의 생일인 4월 11일을 '세계 파킨슨병의 날'로 제정, 기념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신경과 송숙근 교수의 도움으로 파킨슨병과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 등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파킨슨병의 특징적인 증상은 안정시 떨림, 운동완서(느려짐), 근육 경직, 자세불안정이다. 안정시 떨림은 파킨슨병 환자의 약 70%에서 보이는 증상으로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있을 때 손이나 발이 떨리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한쪽 팔이나 다리에서 시작되는 비대칭성을 보인다. 운동완서는 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으로 파킨슨병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이다. 전체적인 행동이 느려지고, 얼굴표정이 감소하고 목소리도 작아지며, 걸을 때 팔흔들림이 감소하고 발이 끌리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근육경직은 몸이 굳고 뻣뻣해지는 증상으로, 검사자가 관절을 움직여보면 뻣뻣하고 유연성이 없는 것이 느껴진다.

파킨슨병은 기본적으로는 운동기능의 이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그렇지만 파킨슨병에는 운동증상 외에 비운동증상이 있다. 운동증상은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자 뿐 아니라 보호자도 비교적 빨리 인지할 수 있고, 따라서 진료시에도 의사에게 자세히 증상을 설명한다. 그런데 비운동증상은 눈으로 보이지 않으며 파킨슨병과 관련된 증상인지 잘 몰라 의사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동증상보다 비운동증상이 오히려 환자의 삶의 질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도파민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 국가건강정보 포털

파킨슨병의 비운동증상은 크게 인지/감정, 감각, 자율신경, 수면의 네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비운동증상은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고 심한 정도도 차이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환자에서 나타난다. 비운동증상은 파킨슨병 고유의 증상일수도 있고 파킨슨병에 대한 약물 치료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일 수도 있다.

파킨슨병 치매는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나타나고 보통 수년이 지나서 발생하는데, 기억력부터 서서히 나빠지는 알츠하이머 치매와는 양상이 다르다. 기억력이 저하되기는 하지만 알츠하이머 치매에 비해 기억력 저하가 나쁘지 않기에 의외로 기억력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은 적다. 그보다는 공간에 대한 지각능력이 저하되고, 무뚝뚝하거나 화를 잘 내는 성격으로 바뀌거나, 물건을 사람이나 동물로 착각하거나 아무도 없는데도 사람이 보인다는 환시 증상이 파킨슨병 치매의 특징이다.

우울증은 파킨슨병의 초기부터 동반되는 흔한 정서 이상이다. 파킨슨병이라고 진단받으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는 경우들이 가끔 있다. 그러나 파킨슨병 자체가 우울증을 잘 유발하는 질환이며, 조절되지 않은 우울증은 파킨슨병의 장기적인 관리 및 삶의 질에 큰 악영향을 미치므로 초기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통증은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면서 특정 검사방법이 없으므로 진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증상이다. 파킨슨병이 노인들에 많은 질환이다 보니 파킨슨병과는 별개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같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진단이 어려운 이유이다. 그러나 관절 부위가 아닌 팔뚝이나 허벅지 등의 부위가 심하지는 않지만 불편감을 느낄 정도의 기분 나쁜 통증이 자주 나타나고, 또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자주 나타난다면 파킨슨병으로 인한 통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변비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매우 흔한 증상으로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전부터 선행할 수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상당수에서 위장관계 배출시간이 길어지는데, 파킨슨병의 병리원인과도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더불어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약물이나 식습관 변화도 영향을 준다. 변비 증상을 개선시키려면 우선 식이섬유질의 섭취를 늘리고, 충분히 수분 섭취를 하고 적절히 운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으면 약물로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자율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기립성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누워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혹은 앉아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일시적으로 혈압이 낮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고 심한 경우에는 실신까지 할 수 있다. 대부분은 몇가지 생활습관 개선으로 완화시킬 수 있다. 약물에 의한 경우가 꽤 많으므로 어지러움이 자주 나타난다면 파킨슨병에 대한 약물 외에도 복용하고 있는 모든 약물을 의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면서 젊은이에 비해 체온조절 능력이 서서히 떨어지므로 노인에서는 갑자기 춥거나 덥거나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파킨슨 환자에서는 이런 체온조절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으며, 특히 땀이 심하게 분비되는 다한증이 흔하게 관찰된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다한증은 뇌와 말초신경의 땀 분비 조절 장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킨슨병이 걸린 기간이나 증상이 심한 정도와는 연관성이 없으나 약물 효과가 갑자기 떨어지거나 이상운동증이 나타나는 운동 동요와 연관성이 있다.

파킨슨병에서 수면과 관련된 증상들도 꽤 자주 호소하는 증상이다. 특히 하지불안 증후군과 렘수면장애는 그 원인이 파킨슨병의 원인과 공통되며, 파킨슨병이 나타나기 전에 선행하는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하지불안증후군이나 렘수면장애만 있었던 사람들을 추적관찰하면 수개월 또는 수년 뒤 상당수에서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여러 연구들에서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자려고 누웠을 때 양쪽 다리에 이상한 불편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움직이면 좋아지지만 자려고 가만히 있으면 또 증상이 나타나 결과적으로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하는 증상이다.

렘수면장애는 잠자는 동안 나타나는 것으로 꿈에서의 행동을 실제로 하는 증상이다. 가족들이 옆에서 보면 잠자는 동안 잠꼬대를 하거나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등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대부분의 렘수면장애는 증상이 경미하므로 이에 대해 치료를 하지 않는다. 다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옆에서 같이 자는 가족의 수면을 방해하거나 환자 스스로의 수면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검사 및 약물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비운동증상들이 있다.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들에서 내 몸에 불편한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비운동증상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증상이어서 환자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의사도 알 수 없다고 전문의들은 전하고 있다.

송숙근 교수는 "상담을 통해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는 증상인지 확인할 수 있고, 어떤 증상들은 생활습관이나 운동습관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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