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모임에서
  • 입력 : 2017. 04.18(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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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여기저기 각종 모임에 가입하기도 하고 자동으로 회원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모임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서는 회비를 자발적으로 내고 그것을 잘 활용해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모임 운영에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반추해본다.

사례 1. 지난 연초 연말정산 한다고 해 예전에 잠시 다녔던 직장에서 아직도 연말정산을 해야 할 부분이 남아 여기저기 낸 기부금 영수증을 챙겼다. 그중에서 졸업한 고등학교의 '발전기금'을 매월 자동이체하고 있는 것이 생각나 총동창회에 영수증 발급을 신청했다. 그런데 액수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맞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으니 이사회를 개최해 발전기금으로 낸 것 중 일부를 총동창회 연회비로 돌렸다고 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조금 찜찜해서 기수 동창회장에게 물어보니 금시초문이란다.

사례 2. 취미클럽으로서 운동관련 모임이 몇 개가 있다. 친구끼리 모여 오름도 오르고 운동도 하고 식사도 한다. 나의 문제는 자주 참석지 못하는데 있다. 회비는 똑같이 내는데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참석을 못하니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공개적으로 말을 하면 쫀쫀하게 군다고 할 것 같아 친한 친구한테 살짝 얘기했더니, 공감을 하면서도 말하지 말란다. 아하! 모두가 알고 느끼는 것이구나 여겨졌다.

사례 3. 초등학교동창회에서 이제 나이도 드니까 여행도 가면서 살자는 안건이 나왔다. 다른 기수는 부부동반으로 일 년에 몇 번씩 가는데 우린 너무 늦었다 해서 적립을 하기로 하였다. 적립도 잘되었다. 문제는 어떤 회원들은 사정상 중간 포기하였는데 그것을 돌려주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보통 친목회의 경우는 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란다. 대부분이 그렇고 가까운 친척한테 물어도 그렇게 말했다.

사례1에서의 문제는 '학교발전기금' 용도로 기부했는데, 나의 의사와 관계없이 '총동창회비'로 전용되었다는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고 해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기금이 전용된 것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나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수동창회장이 참석했다면 모를까…. 미국독립의 원인이 된 "대표 없이는 세금은 없다"는 구호가 생각나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례2에서도 느껴지는 것이 많다. 나도 소속된 모임이 꽤 있는데, 대부분 모임의 회비는 상당 부분 식사비용으로 사용이 된다. 매번 참석하면 본전을 뽑지만 부득이 가뭄에 콩 나듯이 참석해야 하는 사람은 불만을 말하지 않아서이지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경우도 봤다. 어떤 모임에서는 연회비를 최소화하고 회식 참석자에게는 일정 부분 부담시키는 방법인데, 합리적이었고 회원 대다수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었다. 또 어떤 모임에서는 회비는 그대로 받되 연말에 가서 많이 참석지 못한 회원에게는 상응한 기념품을 수여해주는데, 서로 배려해주는 것 같아서 지혜로운 방법인 것 같다.

사례3에서 느낀 것은 우리 사회 특히 농촌지역의 의식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여행이든 무슨 목적으로 기금을 적립했지만 사정상 참여치 못하면 되돌려 받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화되었다면 참으로 대단한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지역사회는 저만치 앞서 나가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이와 같은 생각들을 되새겨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생활 속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의사가 반영된 합리적 결정은 무리가 발생하지 않고, 형평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서로를 배려하면 수긍하고, 또 원칙을 정했으면 모두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모임의 운영을 봐도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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