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사투리 뜻 알게되니 할머니 맘 이해됐어요"

[책세상]"사투리 뜻 알게되니 할머니 맘 이해됐어요"
제주출신 문부일 작가의 동화 '사투리 회화의 달인'
  • 입력 : 2017. 06.0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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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아이 기준이 제주생활 통해 다름의 의미 짚어


제주에서 태어난 그는 열 살때 경기도로 이사했다. 전학한 첫 날 아이들이 몰려와서 물었다. "한라산에서 축구공을 차면 바다로 떨어지냐?" "제주도에 가려면 여권이 있어야 해?" "엄마가 해녀야? 길거리에 귤나무가 많아서 언제든 귤을 먹을 수 있어?" 지금은 제주를 오가는 여행객들이 차고넘쳐 그런 황당한 질문을 하지 않겠지만 그때까지도 그랬다.

80년대생인 문부일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다. 제주도를 태평양 한가운데 떠있는 이름없는 섬나라로 생각했던 아이들은 같은 해 경상도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도 짓궂게 굴었다. 음악을 '어막', '쌀'을 '살'로 발음한다며 사투리 쓰는 아이를 내내 놀렸다.

문 작가의 '사투리 회화의 달인'은 그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하고 있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닌데도 자꾸 같아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세태를 짚었다. "서울말을 쓰고 서울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어야 멋진 사람, 교양있는 사람이 되는 걸까"라고 묻는다.

엄마의 재혼으로 대가족이 생긴 기준이가 동화 속 주인공이다. 기준이는 새아빠를 실망시킬 수 없어 새로 인연을 맺게 된 할머니가 사는 제주의 시골마을로 향한다.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낯선 언어가 들려온다. "무사마씸?" "이번 겨울엔 놈삐를 잘 팔아야 할 건디!" 기준은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같은 사투리를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일은 더욱 만만치 않았다. 무뚝뚝한 성격에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은 부춘심 할머니, 제주시내에 사는 사촌 고아라, 하는 말마다 상처를 주는 고모할망…. 사투리를 몰라서 돈을 뺏기고 번번이 사고를 친 기준이는 사투리를 공부해 달인이 되리라 결심한다. 아니나다를까, 사투리의 뜻을 이해하게 되자 할머니의 속마음도 저절로 알게 됐다. 기준이의 제주생활은 이대로 꽃길일까.

작가는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다. 2012년엔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에 당선됐다. 일찌감치 동화로 문단에 데뷔했지만 동화책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 사투리를 듣고, 제주 음식을 맛보고, 제주 문화를 접하며 서로 다른 삶과 문화를 받아들이는 경험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썼다. 영민 그림. 마음이음.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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