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저어기 떠있는 해님은 무슨 색깔일까?

[책세상]저어기 떠있는 해님은 무슨 색깔일까?
김혜숙 글·그림 ‘해님은 무슨 색일까’
  • 입력 : 2017. 06.02(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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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에 들려주던 이야기 담아

다듬고 고쳐 그림동화책 발간

“생각은 틀린 게 아닌 다른 것”


깊은 밤, 어머니 혹은 할머니 품에 안겨 자장가나 수수께끼,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잠을 청하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는 말에 시무룩해지기도 하고, 같은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도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하던 옛 추억. 지금은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이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김혜숙 할머니가 쓰고 그린 동화 '해님은 무슨 색일까?'는 그래서 더욱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30여 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제주 구좌로 돌아온 김 할머니는 도시 생활에서 농촌 생활로 바뀐 문화적인 충격을 줄여보려 문화센터에서 그림책 일러스트 공부를 시작했다. 다섯 손주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자 환갑이 넘은 나이에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기도 한 김 할머니의 손주들에게 직접 들려주던 이야기가, 더 큰 뜻을 품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일곱 색깔 요정들은 어느 날 문득 해님의 색깔이 무슨 색인지 궁금해집니다. 눈이 부셔 직접 쳐다보지 못하는 해님의 색깔을 두고, 빨간 요정을 닮아 빨간색,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색, 새싹을 물들이는 초록색 등 요정들은 제각각 해님이 자기랑 같은 색깔이라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때 파란색 요정이 하늘로 올라가서 해님에게 직접 물어보고 온다며 물방울을 타고 하늘로 올라갑니다. 심술꾸러기 친구들의 방해를 받기도 하면서 드디어 해님을 만난 파란색 요정은 과연 해님에게 어떤 답을 들었을까요?"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시무룩해져 있는 손주를 달래주며 쓰게 되었다는 이 동화는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같지 않아서 틀리고 불편한 것이 아니라 '다름'이 모여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렇게 다양하게 만들어진 세상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동화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김 할머니는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생각과 말들을 함께 이야기로 나누며 살아가길 바라고 있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네가 틀린 거야"라고 하기보다는 "나와 생각이 다른 거야"라면서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말함으로써 모두 함께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밝은 세상. 그러한 생각을 이야기에 담아 그림을 그리고 색깔을 칠하고 오래 다듬고 고쳐 책으로 내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해당하는, 동화 속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툼 없이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같이 한번 마주 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마주보기.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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