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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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7. 07.06(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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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익혀서 먹으면 되는데요"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했을 가능성이 있는 닭(도계육) 700마리가 유통된 사실을 왜 도민에게 알리지 않았나, 왜 유통경로를 파악하지 않느냐 등등 계속된 질문에 한 공무원이 내놓은 답변이다.

얼핏 생각하면 상식적인 수준의 답변 같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상식 이하의 답변이다.

설령 AI에 감염된 닭이라도 섭씨 75℃ 이상 온도에서 30초 이상 익히면 바이러스는 죽는다.

하지만 이 말을 'AI에 걸린 닭은 익혀서 먹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해석할 순 없다.

AI가 유행할 때마다 정부가 '75℃ 이상 온도에서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이유는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덜어내고, 건강한 닭이나 오리에 대한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한 것이다.

충분히 익혀서 될 일이라면 왜 굳이 방역당국이 AI에 직접 감염되지 않은 가금류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처분하거나 폐기한단 말인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다.

방역당국은 AI감염 가능성이 있는 닭의 유통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어서"라고도 했다.

해명만 놓고보면 불안감을 키우는 쪽은 이번 사실을 보도한 언론이라는 얘기가 된다.

잘못된 생각이다. 방역당국은 혼자 정보를 쥐고 있으면 안된다.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침해당하기 때문이다.

가령 누군가의 냉동고에 AI에 걸렸을 지 모를 닭이 아직도 보관돼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닭을 충분히 익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없다. 폐기하거나, 방역당국에 신고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가능한 일이다. 소비자가 판단할 선택권까지 막아놓고선, 잘못한 게 없다고 항변하는 방역당국의 모습이 위태롭고, 불안해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상민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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