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지느러미엉겅퀴, 왜 제주에 없을까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1)]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지느러미엉겅퀴, 왜 제주에 없을까
몽골, 정착 생활 늘면서 구주사시나무 등 많이 심어
  • 입력 : 2017. 07.17(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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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헤르(Arvaikheer) 시내의 구주사시나무 가로수

동아시아서 유럽까지 널리 분포하는
지느러미엉겅퀴, 제주도선 발견 안돼

옹기강가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에 출발했다. 30분 만에 아르바이헤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위성위치파악시스템 수신기(GPS)의 배터리를 추가로 구입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르게 됐다. 이 도시는 오보르항가이 아이막의 지방수도다. 아르바이헤르는 몽골어로 보리 스텝의 뜻이며, 몽골국토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비행장이 있어서 울란바토르와 알타이를 연결하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와는 정기노선 버스가 있다. 전통공예로 유명하며 염소를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한다. 대도시에 걸맞게 크고 작은 현대식 빌딩들도 많았다. 관공서를 비롯한 극장, 체육관 등 공공시설들도 보였다. 마트도 꽤 많아서 생필품을 구입하는데도 별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 두어 군데를 들른 끝에 우리 수신기에 맞는 모델의 배터리를 구할 수 있었다.

널찍하게 잘 구비된 도로의 중앙분리대와 양쪽에는 가로수를 심었다.

몽골초원에 있어 나무란 귀찮은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게르를 이동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들었다. 점점 정착생활을 하는 주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점점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도시는 물론이려니와 시골에서조차도 나무 심는 모습이 더 이상 생경하지 않게 됐다.

심는 나무는 뭐니 뭐니 해도 구주사시나무(Populus tremula)다. 울란바토르를 비롯해서 몽골 전역에 널리 심고 있다. 사시나무 종류는 몽골에 5종이 알려져 있다. 이 종들은 대부분 빨리 자라고 크게 자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이 구주사시나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이 나무는 잎자루가 납작하기 때문에 사시나무 떨 듯 떠는 특징이 있다.

위부터 구주사시나무(Populus tremula), 지느러미엉겅퀴(Carduus crispus)

울란바토르에서 이곳까지 오다보면 길가에서 드물게 키가 크면서 빨간색이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다. 언 듯 보면 엉겅퀴와 닮았다. 지느러미엉겅퀴(Carduus crispus)다. 줄기와 가지에 날개가 달려 있는데 마치 지느러미 같다. 일본열도에서 한반도를 거쳐 중국 동북지방, 시베리아, 유럽에 걸쳐 분포한다. 미국을 비롯한 북아메리카에도 널리 귀화해 살고 있다. 자라는 곳은 대체로 길가, 물길 주변 등 물기가 많은 곳이다. 잡초로 흔히 자라지만 꿀을 생산하는 데는 유용한 식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제주도에서는 아직까지 채집된 바 없다.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고위도에 널리 분포하는 종이 이렇게 제주도에 없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거대 호수 울란호 어디로 갔나?


몽골에는 약 3750개의 호수가 있다. 이들의 총 면적은 1만6003㎢로 추산된다. 그 중 83.7%인 3060개는 0.1㎢ 이하이며 그 면적은 전체면적의 5.6%에 불과하다.

면적이 50㎢ 이상 되는 큰 호수는 26개인데 가장 넓은 호수는 3350㎢의 웁스호다. 제주도면적의 1.8배나 된다. 수량이 가장 많은 호수는 면적 2760㎢, 최대수심 262m에 달하는 흡수굴호로 수량이 무려 380.7㎦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소양강댐의 저수능력 29억t의 100배를 훨씬 넘는 양이다.

옹기강이 흘러드는 울란호는 넓이가 175㎢로 몽골 내 12번째 크기의 호수다. 그런데 호수목록에는 다른 호수들이 모두 호수이름, 위치, 해발고, 면적, 최대길이, 평균 및 최대 너비, 평균 및 최대수심, 수량 등이 기록되어 있지만 울란호에 대해서만은 호수이름, 위치, 해발고, 면적만 나와 있고 나머지는 모두 빈 칸이다.

울란호, 오지에 위치해 정보·자료 부족
과거 몽골 전체 호수 면적보다 넓었으나
연구결과 기후변화로 줄어든 것 추정돼


이 호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큰 호수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 없다니… 혹시 측정을 할 수 없는 오지에 있어서 그런 건가? 이 호수까지 가려면 이 강을 따라서 간다 해도 약 300㎞를 더 남쪽으로 가야한다. 고비사막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 호수에 과감히 도전해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제적인 과학전문저널에 발표한 과학자들이 있다. 그 중에는 이민경 박사를 포함한 5명의 한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이 한국 과학자들은 2013년에 탐사결과를 과학저널 쿼터너리 사이언스(제4기학)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울란호가 1960년대까지는 65㎢에 달하는 거대 호수였다는 다른 연구를 수용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완전 말라버려 호수바닥이 드러난 울란호에 숨겨진 과거의 기후를 알기 위해 호수바닥에서 5.88m 깊이의 침전물을 추출했다. 이 침전물을 분석한 결과 8800년 전과 1만1300년 사이에 기후변화가 발생했음을 밝혔다.

이때 이 호수의 기후는 지금의 몽골초원의 스텝기후와 비슷했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부터 습기가 빠르게 감소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의 건조 기후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울란호 일대는 1만1300년과 3000년 전 사이에 동아시아여름몬순 기후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것은 몽골 남부 즉 고비사막일대도 같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당시의 동아시아여름몬순기후의 북방한계는 울란호의 북쪽, 아마도 현재 우리 탐사대가 위치한 지역까지 확장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이 논문이 나오기 이전의 과학자들의 추정한 것보다 훨씬 북쪽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의 동아시아여름몬순 기후는 기껏해야 만주, 내몽골의 일부, 서쪽으로 중국의 동부 평야지대까지로 알려져 있다.

이 연구 이후 또 하나의 울란호에 대한 연구가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수행된 바 있다. 여기에서 가장 넓게 확장했었을 때인 홀로세에서 이 호수는 1만9500㎢였음을 밝혔다. 그 수량은 3150㎦로 추정 되고있다. 이 크기는 현재 몽골의 모든 호수를 다 합친 면적보다도 훨씬 넓은 것이다. 이런 거대한 호수가 기후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점차 줄어들더니 1960년대까지 65㎢ 넓이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현재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 김진, 송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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