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 愛 빠지다](12)공건아 '미친부엌' 대표

[2017 제주 愛 빠지다](12)공건아 '미친부엌' 대표
"제주서 받은 도움, 나눔으로 갚고파"
  • 입력 : 2017. 08.10(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공건아 대표는 제주에서 받았던 도움을 나눔을 통해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강희만기자

절망에서 시작한 제주생활 우여곡절 끝에 꿈의 무대로
힘들 때 손 내민 '제주 사람' 제주시 원도심 제2의 고향


제주에서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겪은 사나이가 있다. 다행히 그에게 희망은 나중에 찾아왔다.

제주시 일도1동 원도심에서 일본식 레스토랑 '미친부엌'을 운영하고 있는 공건아(35)셰프에게 제주는 갚아나가야 할 빚이 많은 곳이다. 한 때는 죽고싶을 만큼 혹독한 시련을 안겨준 곳이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준 고마운 곳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수원 출신인 그가 처음 제주에 이주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지난 2014년이다.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 한창 서울에서 요리를 배우던 그에게 덜컥 제주에서 함께 식당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온 것이다.

"일본 요리학교 나카무라 아카데미에서 만난 친구가 제주에서 같이 식당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어요. 하루 빨리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마음에 흔쾌히 수락을 했죠. 하지만 제주는 저에게 시련을 안겨줬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제주에 왔지만, 막상 동업을 제안한 친구와는 여러가지로 맞지 않았다. 결국 각자의 길을 나서기로 했고, 식당 오픈 계획도 취소됐다. 모든 걸 걸고 제주를 찾은 공셰프는 한 순간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돼버렸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 했지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내뱉은 '호언장담'이 떠올라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수중에 돈은 없고, 배신감과 무기력함에 당장 뭘 해야 할지도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그때는 제주가 정말 원망스럽고 싫더라고요."

어둠이 깊어질수록 밝은 아침은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고 했던가. 절망의 바닥으로 떨어진 그에게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지인이 선뜻 가게 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나서는 한편, 'SNS 소셜 펀딩'을 통해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제주 사람이었다.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하기 전에 제주에 놀러갔었는데, 그때 일주일간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저를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하소연이나 할 요량으로 제 사정을 털어놨는데, 사장님이 불쑥 저를 위해 가게 자리를 알아봐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소개 받은 점포는 20년이 더 된 장소였지만, 공셰프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식당은 안된다는 건물주를 끊임없이 찾아가 설득하고, 부족한 창업 자금을 구하기 위해 시작한 SNS 펀딩에서는 900여 만원을 모으는 기적을 낳았다.

이러한 도움으로 지난 2015년 6월 7일 제주시 원도심에 일본식 레스토랑인 '미친부엌'을 열었다. 미친은 맛(味)과 친하다(親)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차린 가게이기에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절박한 마음으로 가게를 시작했기 때문에 무조건 친절하고, 무조건 정성을 다 하자는 마음이 손님들에게 와닿았던 것 같아요. 가게 문을 연지 3개월 정도 지나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그는 미친부엌의 성공을 발판으로 같은 제주시 원도심 주변에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준 원도심은 그에게 제2의 고향인 것이다.

"처음 원도심에서 장사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봤어요. 누가 여기 와서 밥을 먹냐고요. 하지만 이렇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는 원도심에서 장사를 하는 사장님들과 주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있어요. 이 모임의 주제는 '원도심 활성화'입니다."

이제 그는 희망을 안겨준 제주에게 빚을 갚을 차례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게로 직접 불러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성장한 만큼, 저도 나눔을 통해 빚을 갚고 싶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언젠가 제주에서 요리사를 꿈꾸는 친구들을 위한 요리교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7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