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자연·사람은 하나… 땅은 우리 것 아니다"

[책세상]"자연·사람은 하나… 땅은 우리 것 아니다"
그림책으로 옮겨놓은 '시애틀 추장의 편지'
  • 입력 : 2017. 09.01(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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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의 절절한 연설
자연파괴·물질문명 통렬히 비판
오늘날 인류에게 띄우는 메시지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옛 속담이 있다.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탐욕이 더 크다는 것. 지금으로부터 약 160여 년 전 미국의 제14대 대통령 피어스가 파견한 백인 대표자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의 추장이었던 시애틀 추장을 찾아가 북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이 사는 땅을 팔라고 위협한다. 이미 원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빼앗았지만 그나마 남아 있는 생활 터전마저 모두 내놓고 백인들이 정해 준 보호 구역으로 옮기라는 것.

이에 시애틀 추장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의 자연 파괴와 생명 경시,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다.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해 '고문서 비밀해제'로 120년 만에 나오게 된 이 연설이 바로 '시애틀 추장의 편지'다. 자연과 사람을 동일시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오랜 믿음과 소유하지 않는 삶의 방식, 자연과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잘 스며들어 있는 이 연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미국 서부 태평양 연안 캐나다 접경 도시인 '시애틀'은 이 연설을 한 시애틀 추장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도시 이름이다.

이 책은 추장 편지의 원문을 아이들이 알기 쉽도록 그림책으로 제작됐다. 구절구절마다 만화 형식을 가미한 그림을 곁들여 자칫 아이들이 어렵게 느낄 수 있는 시애틀 추장의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다. 또 그림책 뒤에는 '세상을 바로 보는 인문학 쪽지'를 통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서구 유럽의 아메리카 침략사, 보호 구역에 사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실태를 요약해 놓고 있다.

시애틀 추장은 지금 그들이 살고 있는 땅 역시 자신들의 것이 아니며 때문에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땅, 맑은 공기와 반짝이는 물을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냐고 그들에게 되묻고 있다. 그러면서 비록 자신들이 땅을 내놓아도 백인들에게 자연과 동물과 땅을 사랑하고 아껴달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 강압 때문에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모든 것들을 빼앗기고 심지어 부족의 멸망까지 걱정하는 추장의 입장에서 오히려 자신을 정복하려 하는 백인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는 넓은 인류애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자연 사랑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 닿고 있다. 이런 추장의 간절한 호소는 시대를 거쳐 지나친 물질·소유 문명으로 지구 온난화와 생태계 파괴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지금의 인류에게 보내는 또 다른 편지가 아닐까. 원작 시애틀 추장. 그린이 탁영호. 옮긴이 서정오. 고인돌.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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