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바람 부는 전시장에서 묻는다, 왜 관광을 하는가

[휴플러스]바람 부는 전시장에서 묻는다, 왜 관광을 하는가
  • 입력 : 2017. 09.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알뜨르 비행장

9월의 문 여는 제주비엔날레
격년 국제미술제 첫 비엔날레
내일부터 12월초까지 3개월여
미술관부터 알뜨르비행장까지
관광의 명암 통해 제주를 본다


한 해 7500여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 곳곳엔 이런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다. "관광업이 도시를 죽인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도 얼마 전 2000명의 지역 주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반(反) 관광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유럽 관광명소에서 일어나는 이같은 '관광 공포증'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수천명의 관광객이 발을 딛는데도 그 지역 원주민들의 삶은 좀체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어디서든 "관광객은 물러가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서귀포시 원도심 서귀포관광극장

제주의 현실은 어떤가.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 주최로 9월에 처음 문을 여는 제주비엔날레가 '투어리즘'을 주제로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의 오늘을 읽는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사회와 제주민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관광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예술제"라고 제주비엔날레의 의미를 밝혔다.

제주현대미술관

제주도가 운영하는 제주도립미술관이 의도했든 안했든,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등 제주도 개발사와 맞물려 제주 관광의 빛과 그늘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는 시점에 '투어리즘'이란 화두를 던진 점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격년제로 열리는 국제미술전이라는 그릇에 그 내용을 얼마나 충실하게 담아냈는지는 전시장에서 확인해볼 일이다. 지난해 8월 신임 관장 취임 이후 갑작스레 제주비엔날레가 등장했고 준비 과정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행사여서 더욱 그렇다.

제주비엔날레 주요 전시장은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 이아, 서귀포시 원도심 서귀포관광극장과 이중섭거주지, 알뜨르 비행장으로 분산됐다. 이곳에서 이달 2일부터 12월 3일까지 3개월여 동안 15개국 70팀(명)이 참여해 설치·영상 작품 등을 풀어놓는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투어리스트+젠트리피케이션)이란 말이 있다. 관광객들이 관광지가 된 삶의 터전으로 몰려들면서 주거 환경이 위협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선 시각예술가들이 관광이란 무엇일까, 우리는왜 관광을 할까, 지속가능한 관광이란 무엇일까 등을 묻는다. 유고슬라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유럽에서 활동하는 지직과 코쥴, 사진가 김옥선, 리얼 디엠지프로젝트 등이 참여한다.

곶자왈 지대에 들어선 제주현대미술관에서는 근현대사의 굴곡과 인간의 이기심 등으로 사라진 것들이 여행의 새로운 테마로 각광받는 현실을 짚는다. 원전사고, 제노사이드, 개발과 유입 등에 의해 잃어버린 기억과 마을 이야기를 펼친다. 고승욱, 김유선, 무늬만 커뮤니티, 정연두, 스페인 디오니시오 곤잘레스 등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알뜨르비행장은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전쟁의 기억이 스민 곳이다. '알뜨르행성탐사'란 소주제 아래 이 일대를 희생된 망자들이 사는 별에 은유한 설치물을 내보인다. 강문석, 김해곤, 서성봉, IVAAIU, 하석홍과 한재준 등 국내 작가들로 짜여졌다.

제주시 원도심 예술공간 이아

서귀포시 원도심에서는 피란시절을 제주에서 난 화가 이중섭의 삶을 조명하고 제주올레길 이야기를 전한다. 서귀포관광극장엔 초등학생들이 그린 제주도 소재 그림이 걸린다.

제주시 원도심에서는 예술공간 이아 입주작가, 성북아트커먼스, 중국 베이징의 대표적 예술촌인 '따산즈 798'을 만든 황루이 등을 통해 역사도시의 재생 등을 들여다본다.

김지연 제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일상에서 괴리되지 않는 미술언어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며 "제주비엔날레를 통해 우리는 왜 여행이나 관광을 하는지, 우리의 관광 태도가 낯선 곳에 사는 그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류스타인 가수 보아가 제주비엔날레 홍보대사로 나선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통합 관람료는 8000원(제주도민은 50% 할인). 나머지 전시장은 입장료 무료. 문의 1688-817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77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