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우리는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나

[책세상]우리는 지금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나
김왕배 등 8명 함께 쓴 '향수 속의 한국 사회'
  • 입력 : 2017. 09.15(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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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되지 않는 욕망의 그리움
향수 현상에 대한 분석·성찰
미래를 그려나갈 청사진으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1980~1990년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담아 높은 시청률과 함께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외에도 추억을 매개로 하는 불량식품, 콘서트 7080, 불후의 명곡부터 정치판의 박정희 향수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향수의 물결이 일렁였다. 과거에도 복고 열풍이나 유행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사회 전 분야에 걸친 향수 폭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그 시대의 정치·경제적 또는 사회·문화적 변화가 만들어 낸 집합적 반응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향수는 단지 우리 사회에서만 일어난 국지적인 현상이었을까? 김왕배 등 '향수 속의 한국 사회'를 집필한 8명의 저자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유럽 이민정책의 보수화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등 전 세계적인 극우화 바람 속에서 각국의 보편적 현상이며, 한국 사회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나아가 향수가 옅어질 수는 있어도 사라지지 않는 불가피한 존재로, 이에 대한 분석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향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선택한 주제들은 다양하다. 어머니의 손맛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교복 추억여행, 박정희와 대중·정치학, 7080세대와 쎄시봉 등의 대중음악과 386세대의 문학작품, SNS 게임인 애니팡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들에서 향수의 흔적을 찾아낸다. 저자들이 바라본 향수 풍경 또한 비슷한 듯 다르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대박집이나 맛집 열풍 등의 음식 향수에서는 먹기 공동체에 대한 시대의 보편적 향수를, 베이비붐이나 386세대의 운동권 향수에서는 특정 세대의 불안과 인정 욕구를 포착한다. 또 촛불 집회를 시작으로 이미 교체된 정권의 흐름 또한 정치적 향수라 할 수 있는 박정희를 극복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는 향수이지만 한편으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향수란 지친 일상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는 도피처지만 그 과정에서 쉽게 과거를 왜곡하게 만든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박정희 신드롬이다. 이는 향수의 본질이 과거에 대한 결핍보다는 현재에 대한 결핍으로 현재의 욕구가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며, 안타깝게도 원초적인 분리 불안을 가진 인간이 향수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따라서 향수에 대한 배척보다는 시대적 향수를 통해 한국 사회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진단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연구와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향수는 지나버린 추억으로 채색되어 있지만 실현되지 않은 욕망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혼재된 존재로, 앞으로 그려나갈 청사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울. 2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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