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원희룡 vs 원희룡

[백록담]원희룡 vs 원희룡
  • 입력 : 2017. 10.30(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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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 세계경제포럼이 선발한 차세대 지도자,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완주하며 한나라당의 희망이자 미래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 2008년 시사저널이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차세대 정치리더 1위, 2014년 10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직무수행평가(리얼미터) 1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화려한 이력이다. 그만큼 그에 대한 평가는 대단했다. 그렇다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얘기는 아니다.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어쨌든 원 지사는 그간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원 지사는 2014년 제주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제2의 정치인생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민선 6기 임기를 채 1년도 남기지 않고 지역사회 비판의 대상이 됐다. 모두가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비판의 주된 대상은 그의 도정운영이다. 제2공항 건설을 비롯해 쓰레기문제,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성패 여부를 떠나 논란이 있었고, 계속 진행형인 사안들이기도 하다.

더불어 원 지사 본인의 행보에 대해서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임기초 나들이(?) 자제를 강조했던 그는 어느새 지역에서 가장 분주한 사람이 됐다. 도정과 관련한 대부분의 이벤트에서 그의 얼굴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장도지사실, 마을투어 등을 감안하면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에 노출되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정무라인 편성 문제가 최근 들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불거지면서 비판세력으로부터 더욱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원 지사의 개인능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과도한 정무라인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냉정하다. 올 9월 광역자치단체 평가에서는 14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민선 6기 평가 이후 가장 낮은 순위다. 35.8%에 머무르면서 1위를 차지했던 지지율 65.5%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수준이다.

원 지사는 지난 3년여 동안 지방정치의 현실을 어느 정도 꿰뚫었을 것으로 많은 이들이 판단하고 있다. 원 지사 본인은 처음부터 상당부분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자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도 진정한 심판의 날이 2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수성을 위한 방어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여당 후보로 도지사에 당선될 당시의 정치환경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야당의 후보가 돼야 하고, 그마저도 한 식구였던 보수세력은 둘로 나뉘었다.

그런 그에게 가장 버거운 상대는 다름 아닌 원 지사 자신이다. 정책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며 비판하는 세력들의 공세를 막아내는 것과 함께 자신이 처음 생각하고 느꼈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고향의 정치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판을 뒤엎으라는 얘기가 아닌 도민들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감싸고 있는 포장도 뜯어낼 필요가 있다. 과거엔 과대포장일 수 있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고 다시 도민들 속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내년 6월 격돌할 상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원 지사는 남은 기간 자신과의 예선전을 거친 뒤 최후의 결승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상윤 정치경제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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