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필요악인가

[책세상]미국의 해외 군사기지는 필요악인가
각국 미군기지 취재 데이비드 바인의 '기지 국가'
  • 입력 : 2017. 11.03(금)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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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독일,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수의 미군 기지가 설치돼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북한과의 대치 상태임을 강조하며 미군 주둔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반면 주한 미군에 이의를 제기하면 북한 편이라 몰아붙이며 이른바 '종북'이라 매도한다.

대북 억지력에 있어 주한 미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없지만, 최근들어 미국과 북한이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배치한 사드로 인한 사회적 충돌과 중국과의 마찰은 제주를 포함한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안겨주었다.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현 시대에, 주한 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주변 강대국과 한반도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진 않은지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기지 국가'의 저자 데이비드 바인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해외 미군 기지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묻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해외 기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종교에 가까운 신념이었다. 하지만 냉전이 종식된 지도 20여 년이 넘은 지금 미국은 여전히 전 세계 70여 개국에 800여 개의 미군 기지를 유지 중이다. 이 기지들은 과연 세계평화에 필요한 존재일까?

저자는 6년간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미군 기지를 직접 취재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의 해외 군사 기지가 만들어내고 있는 온갖 악폐와 문제점들을 폭로한다. 독성 물질의 고의적 매립과 배출, 오수 유출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 주둔지 현지 주민의 토지 약탈과 그들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 등의 인권 침해, 마피아·독재 정권과의 결탁, 기지 외부에서 벌어지는 착취적인 성매매 산업과 암묵적 용인 등 미군 기지가 유발하는 사회적 문제와 갈등은 결코 적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미군 기지와 관련된 여러 폐해 중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용산 기지촌의 성매매와 이를 묵인하다 못해 장려한 정부, 대추리의 농민 강제 퇴거, 평화의 섬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의 해군 기지 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저자는 우리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한국이 주체적으로 열어가야 할 문제라며, 미국과 주한 미군을 맹신의 대상이 아닌 객관적 실체로 이해하고 이를 평가하는 새로운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강은 옮김. 갈마바람.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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