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몸과 마음이 폭신폭신… "세상이 참 좋아"

[책세상]몸과 마음이 폭신폭신… "세상이 참 좋아"
'집'시리즈 첫 권 박채란 글·이지현 그림 '벽'
  • 입력 : 2017. 11.2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별똥별 하나가 번쩍' 떨어지며 이야기의 문이 열린다. 주인공은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 동시에 눈을 뜬 우주는 별똥별과 여행을 떠난다. 아이 곁에 둥그렇고 노란 원 모양으로 따라다니는 별똥별은 우주와 더불어 초록 손 나뭇잎, 그걸 흔들어 깨우는 바람, 햇살을 품은 바위, 향기나는 꽃밭을 거닌다. 걷고 또 걷는 이들의 여행은 어디쯤에서 멈추게 될까.

박채란이 글을 쓰고 이지현이 그림을 그린 어린이책 '벽'은 의외의 공간에서 출발한다. 벽이 있는 건물이 아니라 나무와 풀, 바람과 햇살이 있는 자연 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들판에 피어난 꽃과 들풀에 볼을 부비며 관계를 맺어가던 우주에게 어려움이 닥친다. 100일쯤 지났을까, 우주가 걷는 길에 쌔앵쌔앵 찬바람이 불고 거슬거슬 흙먼지가 눈으로 날아든다. 오싹오싹 야생동물들의 매서운 눈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만 같다.

우주를 지켜준 건 추위를 피해 찾아든 바위 사이의 작은 틈을 메워준 꽃과 들풀이었다. 별똥별이 말한다. "여기, 참 좋다." 우주도 말한다. "나도 세상이 참 좋아!"

'있어야 할 바로 그곳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는 '그곳'은 바로 '나무와 바위와 꽃이 만들어준 벽 안'이었다. 추울 때 바람을 막아주는 벽, 눈이 따가울 때 흙먼지를 막아주는 벽, 숲속의 무서운 눈빛을 막아주는 벽 말이다. 우주와 별똥별은 비로소 벽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생각을 담은 집' 시리즈 첫째 권으로 발간된 '벽'은 집의 주요 구조물인 벽의 기능, 나와 사물의 관계를 들여다본다.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의 구조와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우주와 별똥별이 여행을 다니면서 말을 걸고 마음을 나눈 숲속의 나무들은 집의 기둥과 지붕이 되어준다. 들판의 바위들은 기둥 사이의 벽이 된다. 우주와 자연물들이 관계를 맺어 나갈수록 우주가 조금씩 몸과 고개를 돌려 나무, 바위, 들풀과 눈을 마주치기 시작하는 그림 전개도 눈여겨보자.

작가는 '이 세상이 참 좋아'라는 주인공처럼 세상을 좋아하려면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충분히 쉬고,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든든하게 먹고 길을 나선다면, 세상은 분명히 더 아름다워 보일" 거라고 했다. 집 밖으로 나섰던 우주가 벽이 있는 집이 얼마나 따뜻하고 안온한 공간인지 깨달았던 것처럼. 꿈교. 1만2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5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