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애의 한라칼럼] "맞아요, 우리들 이야기에요"

[우정애의 한라칼럼] "맞아요, 우리들 이야기에요"
  • 입력 : 2017. 12.19(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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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온라인 도박문제로 상담과 교육을 할 때 학생들의 온라인 도박 과정의 공통점을 정리한 적이 있었다. 이 내용을 업그레이드하여 지난 11월 일부 고등학교에서 반별 교육을 실시하기 전 학생들에게 읽어주면서 "이게 너희들 이야기라 할 수 있나? 라고 질문을 했더니 "예! 맞아요. 우리들 이야기입니다."라는 대다수 학생들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이는 꼭 자신이 온라인 도박(스포츠 토토)을 하지 않더라도 그 또래들이 모두 느끼고 공감하는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 쓰여진 '너희들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 라며 모두 망설일 것이란 예상을 하면서 설명 방법을 알려주고 기다렸다. 침묵 속에서 1분 정도 지나자 "제가 해보겠습니다"라며 마르고 작은 키의 한 학생이 나와서 은은한 목소리로 퍼지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간간이 "00이는 목소리로 나가야 해"라는 소리도 들렸다.

"도박을 하기 전엔 저런 미친 짓을 왜 하지? 우리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잖아? 그런데 점점 재미 삼아, 친구가 하니까, 용돈을 풍부히 쓰고 싶어서, 돈을 따고 폼나게 밥 사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시작하잖아? 처음 땄을 땐, '와~ 돈 벌기 쉽구나' 이런 생각으로 하게 되지. 그러다 점점 잃은 돈이 많아지게 되니깐 잃은 돈만 찾으면 그만두리라는 생각에서 하다가 빚이 많아지게 되더라고. 처음 재미 동기는 없어지고 돈을 따야만 하는 금전동기. 맞아 이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아. 잃은 돈 따야 한다는 생각만 들게 되잖아? 근데, 잃은 돈 따려는 게 쥐약이었어. 내가 경험한 건 돈만 잃는 게 아니라 토토를 하던 머리가 공부하는 머리로 전환이 잘 안 된다는 거야. 너희도 경험했지? 응? 맞지?… 그렇게 도박을 했던게 무척 후회가 돼. 그만둔 지금은 홀가분하고 좋아. 근데 난 솔직히 좀 한 건 사실인데, 많이 잃진 않았어…"

사실 이 학생이 경험한 것은 '수용'과 같은 것이었다. '네~ 저도 알고 있어요'와 같은 머리로 수용하는 차원이 아닌 자신이 해온 도박행위를 인정하는 '수용'인 것이었다.

교육자료 내용은 도박경험 학생들의 '도박 경험 전 도박 태도 및 의도, 첫 도박 경험, 도박 동기 및 형태변화, 진행하는 동안 심리적 변화, 결과적인 폐해, 회복과정 등으로 구성되었는데, 이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 후회와 반성을 함께 쏟아낸 것이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칼 로저스는 다음과 같은 명언을 우리에게 남긴 바 있다. '신기한 역설은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할 때 내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날 발표를 자처한 그 학생의 용기와 수용은 도박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다른 학생에게까지 자발적 상담 신청이라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처럼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도박의 재미와 위험성을 그들 경험의 말로 풀어갈 수 있고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청소년 온라인 도박문제 해결에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청소년 도박문제를 '문제'로 경직시키기보다 스스로 그들의 도박 행동을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것도 중독예방교육의 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우정애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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