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강제병합되던 해에 이희영 6형제 일가 60여명이 가산을 처분하고 망명길에 오르는 장면이다.
치열하고 부단했던 항일투쟁 역사
나라 되찾기 위해 어디든 달려가안락 좇은 친일 부역 인물도 다뤄
"3·1만세운동의 진정한 주역들은 어쩌면 현장의 지도자들로, 이름 없는 수많은 유관순들이라 하겠다. 초기엔 기독교나 천도교 인사들과 학생, 교사들이 시위를 주도했고 이후 유생, 노동자, 농민, 상인, 승려, 기생 등으로 다양화됐다. 그들은 이 싸움을 통해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약속이나 한 듯 모든 것을 다 걸고 나섰다."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민중들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조선 민중들은 독립을 향해 끊임없는 투쟁을 지속한 혁명가로 세상의 물줄기를 바꾸기 위해 주저없이 행동했다. 모진 탄압이 그들의 앞에 놓여있을 지라도. 반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민족을 배반한 이들도 있었다.
2003년부터 10년에 걸쳐 20권에 달하는 '조선왕조실록' 만화 작업을 마친 제주출신 박시백 화백. 그가 일본에 강제병합된 1910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당대의 사건과 인물들을 현재적 시점에서 재해석하고 입체감 있게 표현한 신작 '35년'을 내놓았다.
1차 3권으로 발간된 '35년'은 일제 강점 35년의 역사가 부단하고 치열했던 항일투쟁의 역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1권은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2권은 '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3권은 '1921-1925 의열투쟁, 무장투쟁 그리고 대중투쟁'으로 각각 묶였다.
독립을 가져온 결정적 동인이 일본군에 대한 연합군의 승리라는 점을 부정할 순 없지만 우리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식이어서는 안된다. 선조들은 한 세대가 넘는 35년이란 긴 세월동안 줄기차게 싸웠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국경을 넘었고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갔다. 삼원보, 룽징,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모스크바, 베이징, 상하이, 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워싱턴, 파리 등에 독립을 열망했던 이들의 눈물이 배어있다. 총을 들고 폭탄을 던졌으며 대중을 조직하고 각성시켰다.
시대의 어둠 앞에서 자신의 안락과 영화를 좇았던 이들의 면면도 다뤘다. 항일투쟁의 길이 고난과 죽음의 길이었다면 친일 부역의 길은 그 반대였다. 친일 부역자들은 그 대가로 부귀와 영화를 누렸고 집안을 일으켰다. 후자처럼 사는 게 과거에서 얻는 지혜가 된다면 역사를 배우는 일은 참담해지기 때문이다.
부록으로 연표를 실어 연도별로 국내와 세계의 사건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인명사전에는 독립운동가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등에 등장하는 인물 중 300여명의 생애를 촘촘히 정리해놓았다. '35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모두 7권으로 나온다. 비아북. 1~3권 세트 4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