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만석의 한라칼럼] 갈등 해결을 위한 방향 전환

[문만석의 한라칼럼] 갈등 해결을 위한 방향 전환
  • 입력 : 2018. 02.06(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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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시작은 깔끔한 마무리 뒤에서 의미를 갖지만, 제주도의 새해는 아직도 지지부진한 출발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다. 강정마을에 대한 구상권 청구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지만 사면복권 등 여전히 산적한 현안이 남아 있고, 제2공항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화약고로서 찬반의 치열한 갈등 상황에 처해 있다.

갈등은 개인이나 조직의 정서나 동기가 다른 정서나 동기와 모순되어 그 표현이 저지되는 현상을 뜻한다. 갈등의 개념은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지만, 갈등은 인간관계와 조직 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며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는다. 갈등의 순기능은 건설적으로 해결될 경우 조직 발전의 계기가 되고, 갈등 해결을 위해 조직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제고하고, 조직의 장기적인 안정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갈등의 역기능은 갈등의 극단으로 인한 혼란과 무질서, 사회의 통합 저해, 조직 간 반목과 적대의식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관한 공론화위원회는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은 원전과 탈핵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의제를 집단적 숙의의 과정을 거치면서 전문가의 영역에서 시민의 영역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이는 폐쇄적 논의구조가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를 기점으로 다양한 기관과 분야에서 공론화위원회를 도입하고 있다.

방통위는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의 경우 공개 토론을 통해 정책을 논의하거나 원전 공론화위원회처럼 국민대표단을 선출해 정책을 결정하려고 한다. 서울시도 서울시민의 관심도가 높은 중요사업의 경우, 전 과정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갈등 관리의 해결 모델로 공론화 절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는 갈등조정담당관을 두어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갈등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 공항의 사례는 우리에게 갈등 해결에 관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 새로운 활주로 건설에 관한 갈등을 빈 공항은 국제공모를 통해 선정한 '조정팀'과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조정포럼'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빈 공항의 갈등 당사자는 합의가 쉬운 부분과 어려운 부분으로 나눠서 해결을 진행함으로써 효율성과 합리성을 추구하였고, 쟁점을 단순화하여 갈등에 접근하였다. 또한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줬고 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였다.

갈등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지만 혼란과 무질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제주도는 급속한 발전의 후폭풍으로 다수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 처해 있고, 이는 위기이자 기회의 선택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진단된 위기에 대해 중지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갈등 해결은 끊임없는 소통과 토론이 전제되어야 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올해는 제주도의 새로운 갈등 관리 모델을 정립하는 한해였으면 한다. 제주형 갈등관리 모델은 주민참여가 보장되고,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협조와 동의의 절차가 규정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협의의 과정에 참여하는 협력적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여야 한다. 또한 갈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갈등전담기구의 신설도 고려하여야 한다. 격변의 새해, 현재의 갈등이 승화되는 제주도의 새해가 열렸으면 한다. <문만석 (사)미래발전전략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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