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아마존 우림 마토 그로소. '울창한 숲'이라는 뜻을 가진 마토 그로소는 대두의 최대 생산지로 변하면서 한 순간에 맨땅을 드러낸다. 여기서 생산한 콩은 유럽과 아시아로 향했다. 유럽과 아시아 농민들은 브라질에서 수입한 이 콩을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살될 운명인 소와 돼지, 닭의 사료로 썼다.
사라져가는 열대우림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엔 카야포족이 있다. 1960년대 초 브라질 정부가 아마존 원주민을 위해 지정한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 이들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여전히 숲으로 뒤덮인 땅을 지키고 있었다. 숲에서 새와 짐승을 사냥하고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뿌리와 과일, 견과류를 채집하는 그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불을 피우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하는 게 전부다.
같은 종에 속한 인간들의 삶이 이토록 다르다. 카야포족은 지나온 인류 역사가 그랬듯 짐승을 사냥하고 씨앗과 열매를 채집한다. 반면 보호구역 건너편 지대에서는 불도저로 땅을 갈아엎고 전 세계 가축에게 먹일 콩을 재배하고 있다.
단기적 이익을 위해 거대한 숲이 개간되는 일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지만 인류 대다수가 카야포족처럼 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불도저가 더 나은 삶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루스 디프리스의 '문명과 식량'은 이 대조적인 광경에서 출발한다. 사라져가는 숲은 결국 우리 인간 종의 종말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대랑으로 식량을 재배하는 방식을 알아낸 덕분에 가게에서 식품을 사고 우리의 시간을 더 창조적인 일에 쏟아부을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인류가 배고픔을 극복하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온 여정을 차분히 좇는다. 거기엔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 기울인 온갖 노력들이 들어있다. 고대의 식물 육종가들, 바닷새 배설물인 구아노를 얻기 위해 일으킨 전쟁, 중세 시대의 분뇨 수거인, 화학비료와 DDT를 발명한 과학자들에게 수여된 노벨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식량이야말로 인간 활동의 모든 측면에서 궁극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점을 만날 수 있다. 문명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고심할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위기를 예언한다. 끊임없이 지속 불가능한 전략을 추구해온 탓에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희망을 열어둔다. 도시인의 삶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는 운동들, 현지 생산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혁신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서진 옮김. 눌와.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