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가도 괜찮은 길 말고 스스로 선택하는 길

[책세상] 가도 괜찮은 길 말고 스스로 선택하는 길
오연호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 입력 : 2018. 03.0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우리가 노력하면 좋은 세상은 오는 것일까?" 그도 그런 고민이 깊었던 것 같다. 겨울이 유독 길었던 시절, 햇살 비치는 봄이 와도 봄이 아니었다. 노력해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그는 덴마크로 향했다. 2013년 봄의 일이다.

그가 덴마크로 떠난 이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그 사회에서 그날은 온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옆 사람과 어깨동무하고 더불어 꿈꾸면 그런 세상이 오는지, 시민들이 그런 세상을 만들수 있는지, 그런 세상이 오면 그 혜택은 나의 행복, 우리의 행복으로 주어지는지 궁금했다. 덴마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첫 방문 이후 세 번을 더 찾아가 1년 6개월간 연구에 나섰다. 덴마크는 그를 힘들게 했던 '시대의 우울'을 치료해줬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사회를 분석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냈던 언론인 오연호씨가 이번엔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를 썼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발간 이후 800회가 넘는 행복특강에서 만난 청중들의 사연을 더해 행복사회를 꿈꾸는 크고 작은 꿈틀거림을 전한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의 눈치를 본 적도 있겠지만, 사회의 흐름이 저를 너무 당연하게 그 길로 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든 것 같아요. 제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 고민을 해볼 겨를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남들이 좋다고 하고 또 좋아 보이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인도된 것 같습니다."

모범생 출신 20대 후반 직장인의 고백이었다. 저자는 대한민국 사회가 정해준 '가도 괜찮은 길'로 인해 치르는 대가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한 사회가 불안할수록 복지제도가 충분치 않고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할 수록 '가도 괜찮은 길'은 좁혀진다. 청년들은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스스로 선택하는 즐거움을 누릴 여유조차 없다.

그는 '나라다운 나라'의 징표를 두 가지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의 표정이 고 3 때까지 유지될 수 있는가,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들의 경우 주말 뿐 아니라 주중에도 즐거운가. 학생이든 어른이든 자신에 대한 존엄과 가치가 느껴질 때 주눅들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 그가 덴마크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그래서 촛불혁명은 계속돼야 한다. 정권 교체를 넘어 사회 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다. 그건 덜 행복한 사회를 더 행복한 사회로, 10퍼센트만 승자가 되는 사회를 90퍼센트 이상이 승자가 되는 사회로 바꾸는 일이다. 그는 내 삶 속, 우리 삶 속의 철학과 문화를 재점검하고 혁신하는 꿈틀거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북. 1만5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7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