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지방선거 제주 10대 아젠다] (4)제2공항 갈등

[선택 6·13/지방선거 제주 10대 아젠다] (4)제2공항 갈등
환경훼손·주민 무시… '갈등 공항' 우려
  • 입력 : 2018. 03.14(수)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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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2공항 해결을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라일보DB

제주해군기지 논란 전철 재연
발표 당시 환영 분위기서 반전
주민·시민단체 반대 운동 거세

2015년 1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제주 신공항(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과 함께 담화문을 발표했다. 당시 원 지사는 제주 역사상 최대의 사업인 제2공항 건설로 불편이 있겠지만 제주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아픔과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특별한 배려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공항 건설 계획 발표와 관련해 도지사의 입장을 도민들에게 밝히는 자리라면 "배려와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배려하고 보상하겠다" 또는 "보상을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어야 했다. 도민을 향해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가 이렇게 뜬금없이 정부를 향해 당부하는 모습으로 변질된 담화는 향후 제2공항 추진 과정의 가시밭길을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정부가 제2공항 건설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제주지역에는 환영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시민단체와 일부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주민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그마저도 "제2공항 건설 추진은 바람직하다"는 전제가 붙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추진 과정에서 오름훼손과 공군기지 창설 계획 논란이 제기되면서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지금까지 해군기지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 발표 즉시, 시민사회단체는 이듬해에 각각 반대대책위원회와 도민행동을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부가 발표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 용역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광객 급증과 교통난, 부동산 투기, 쓰레기 등 환경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은 부실 용역이라는 것이었다. 타당성 용역에 대한 제주도와 국토부의 공개합동검증과 제2공항 계획 절차 전면 중단 및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제2공항 입지선정 과정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도 촉구했다.

정부와 제주도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와중에 터진 공군 참모총장의 돌발 발언은 반대 운동에 불을 붙였다. 2017년 3월 정경두 당시 참모총장은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2공항에 남부탐색구조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제2공항과 공군기지를 연계한 군사기지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국토부와 제주도가 순수공항이라며 공군기지 계획을 공식 부인한 지 불과 이틀 후에 나온 발언이었다.

제2공항 예정지 주변 오름 10개를 깎아내야 한다는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사업 2016년도 예비타당성 조사'도 공개돼 논란을 부추겼다. 서귀포시 성산읍과 구좌읍 일대 10개 오름이 항공기 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이어서 항공기 안전을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용역은 특정 오름을 거론하며 "비행안전을 위해 절취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제주도를 비롯한 추진 세력과 주민·시민단체 등 반대 세력 간 찬반 갈등이 깊어지면서 '여론조사전'도 벌어졌다. 도내 1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2공항 도민행동'은 지난해 9월 제2공항 신설보다 현 제주공항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2015년 11월 10일 제2공항 계획 발표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70%에 달할 만큼 압도적이었던 여론이 반전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주도는 한 달 후 제2공항 건설 찬성 여론이 훨씬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다시 발표해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을 반박했다.

제2공항 예정지 반대대책위와 도민행동은 제주도는 물론 서울에서도 제2공항 반대 선전전을 계속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한 시민사회단체는 제2공항 반대 운동을 올해 중점사업 중에서도 제1의 사업으로 선정했다. 한라일보가 지난달 현직 제주도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6·13 지방선거의 최대 쟁점은 제2공항문제가 될 것이라는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아직 예선전이긴 하지만 도지사 예비후보들도 저마다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2공항 해결을 위한 후보들의 공약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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