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윤의 백록담] 침과대단(枕戈待旦)

[조상윤의 백록담] 침과대단(枕戈待旦)
  • 입력 : 2018. 04.23(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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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계를 포함해 군(軍) 등에서는 새해가 되거나 어떤 특정 시점에 되면 종종 쓰는 말이 있다. 특히 경제계를 중심으로 자주 쓰는 용어가 바로 '침과대단(枕戈待旦)'이다.

'침과대단'은 '창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라는 뜻으로, 항상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중국의 진나라 때 유곤과 조적의 고사에서 유래됐다. 침과대단은 군무(軍務)에 전념해 편안히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나 항상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주어진 기회를 포착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항상 준비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곤 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자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든 현대사회 속에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봉급생활자, 자영업자 등 모든 이들은 '침과대단'의 자세로 연명아닌 연명을 하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 역시 처지는 마찬가지다.

최근들어 경제주체들에게 '침과대단'의 자세를 견지할 수 밖에 없는 이슈가 생겼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다. 취업준비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취업'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1988년 부터 실시된 최저임금법은 올해로 30년이 됐다. 그런데 올해 최저임금 인상(시급 7530원)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주들, 특히 영세사업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근로자들도 상황은 별 반 나아지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시간 일해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속내를 들여보다 보면 양측 모두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계와 경영계간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근로시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개정안도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긍정적인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들에게는 부담이 되겠지만 근로자들에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고용률 확대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제현장에서 '워라밸'을 향해 뛰고 있는 동안 예비취업자들의 아우성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실업률이 4.5%에 이르며 2001년 이후 17년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취업자(2655만5000명)도 전년보다 11만2000명(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노사 양측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처럼 비장할 수 밖에 없다. 경제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면서 '상전벽해'가 됐다. 경제주체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속 시원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매번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악순환만 거듭됐다.

전국적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취업난 등 이슈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여야는 이번 지방선거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심판의 기회로 보고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과연 제주지역에도 같은 맥락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로 소속은 달라도 제주특별자치도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이들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주어진 '자리'는 한정적이다. 매 선거때마다 후보 선택기준을 놓고 "정책이냐, 능력이냐"하는 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동시지방선거는 어느덧 일곱번째이다. 투표자에 따라 선택기준이 있겠지만 공통점은 단 한가지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지금보다 더 향상시킬 수 있게 하는 후보라는 것이다. 누구의 창(戈)이 더 날카로운지는 51일 뒤 밝혀질 것이다. <조상윤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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