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6)마을과 주민이 주인인 마을기업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6)마을과 주민이 주인인 마을기업
"지역주민과 공생해야 기업도 산다"
  • 입력 : 2018. 04.24(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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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청수리는 청정지역에서 서식하는 환경지표종인 운문산반딧불이의 최대 서식지다. 사진=한라일보DB

지역자원 활용 공동체 가꾸고
전통 지키며 소득창출도 고민

마을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마을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수익 창출과 지역공동체 활성화가 지향하는 공통분모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민'과 '마을'이 있다. 폼나고 거대하진 않지만, 마을 구성원들이 지역이 가진 자원을 밑천으로 함께 잘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반딧불이마을 영농조합법인(대표 고영국)은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기업이다. 깜깜한 여름밤 노란 불빛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던 반딧불이의 추억을 마을 생태관광자원으로 꿰어내며 지난 3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으로 신규 선정됐다.

마을의 가장 큰 자원은 215만㎡ 규모의 곶자왈이다. 주민들이 마을공동목장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곶자왈에 대한 애착으로 오래 전부터 자발적으로 청년회를 중심으로 '곶자왈 지킴이'를 꾸리고, 해설사교육을 받아 관광객들에게 곶자왈의 생태와 마을 역사를 안내해온 노력이 마을기업으로 이어졌다.

청수곶자왈이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운문산반딧불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확인되면서부터다. 운문산반딧불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이다. 불빛을 드러냈다 감췄다를 반복하는 점멸성 발광이 아름답기로 꼽히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자 주민들은 곶자왈의 보존과 활용 필요성에 더욱 주목했다.

그렇게 2017년 여름 반딧불이축제가 마을에서 첫선을 보였다. 마을목장길인 청수곶자왈 탐방로에서 진행한 곶자왈에 대한 설명과 반딧불이 체험행사에는 적정인원(400명)보다 갑절 많은 1000여명이 몰리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을 정도다.

올해는 6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반딧불이 체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30분~1시간 코스를 탐방객이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축제도 6월 중 하룻동안 예정하고 있다.

고영국 대표는 "현재 16명이 마을해설사로 활동중이고, 30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데, 반딧불이체험은 일정규모의 탐방객들이 마을해설사와 마을주민인 길 안내사와 동행하게 된다"고 했다.

마을주민 모두가 주인인 기업으로, 생태체험과 연계한 지역농산물 판매 등 소득 창출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주민 모두가 농사를 짓고 있어 청정환경 이미지와 접목시킬 수 있으면 좋은데, 그 시기에 생산되는 농산물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대표는 말했다.

한경농가주부모임 영농조합법인(대표 김정재)은 마을 주부들이 모여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1994년 한경면 내 마을 부녀회장들로 구성된 주부대학모임이 출발점으로, 땅을 임대해 감자·콩을 재배한 수익금으로 지역의 어려운 이웃돕기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 후 2009년 전현직 부녀회장 31명이 주민자치사업을 해보자며 마을기업으로 변신했다.

마을기업이 된 후 주목한 작목은 마을 어디서나 흔한 늙은 호박이다. 초기 마을의 밭 3300㎡를 빌려 호박을 재배하다가 지금은 마을 공한지와 유휴지에서 호박을 심어 가을이면 검은 돌담 위에 호박이 누렇게 익어가는 풍경을 연출한다. 호박은 그냥 판매하지 않고, 마을내 가공시설에서 조합원들이 조를 편성해 '돌담 호박즙'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인다. 주요 고객층은 산모들로, 산후조리원이 최대 판매처다.

마을기업이라면 먼저 수익창출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한경농가주부모임은 시작부터가 좀 남달랐다. 분주한 농사일 틈틈이 재배한 호박으로 큰 수익을 내겠다기보다는 봉사활동 재원 마련 등 점차 희미해져가는 상부상조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데 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행정안전부의 우수 마을기업으로 두 차례나 선정됐다.

김정재 대표는 "마을기업에서 거둔 수익의 일부는 지역내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 등에 나누고, 더러는 조합원들의 선진지 견학에도 보탠다"며 소소한 재미를 전했다.

"제철 농산물 판매하며 단단해진 마을 공동체"
마을기업 '무릉외갓집' 농촌-기업 상생모델
청정 꾸러미에 정성 담아 전국의 소비자 공략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은 조합원들이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대도시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꾸러미로 배달하며, 도농 상생모델과 공동체 회복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무릉외갓집 제공

외갓집, 그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단어다. 우리네 기억속엔 뭐라도 하나 더 쥐어줄 게 없을까 바리바리 챙겨주시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남아있다.

서귀포시 중산간 마을인 대정읍 무릉2리의 마을기업인 '무릉외갓집'(대표 김윤우). 농촌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공동체 활성화의 모델이자 도시와 농촌 교류의 좋은 사례로 주목받는 마을기업의 브랜드에는 그런 뜻이 담겨있다.

조용하던 마을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마을에 올레길이 나면서다. 황토밭에 일조량도 좋아 마늘·감자 등 밭작물의 상품성이 뛰어나고, 감귤도 맛좋기로 알려진 무릉2리는 올레 11코스의 종점이며 12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그 즈음 마을에선 당시 고완유 이장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활성화시킬 방법이 없을까는 논의가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수입개방으로 농촌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기 시작하고, 한 마을이면서도 연결고리가 미약했던 인향동·좌기동·평지동 등 3개 동네를 하나로 묶을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도 함께였다.

2009년 무릉외갓집이 탄생하기까지는 마을과 한 기업의 자매결연이 밑바탕이 됐다.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의 매력에 푹 빠진 공기청정기 전문회사인 (주)벤타코리아와 결연하기까지는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다.

김 대표는 "당시 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가 일주일에 2~3번 서울에서 제주를 오가며 마을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으로 지역 농산물을 도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꾸러미사업'을 제안했다"고 했다. 주민들과 소통하며 무릉외갓집이라는 이름부터,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할지에 대해 자문을 해줬고,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사업 초기 꾸러미회원 모집도 벤타코리아 대표가 동문과 지인, 거래처 고객을 연결시키면서 점차 확대될 수 있었다.

2011년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한 무릉외갓집이 선보이는 꾸러미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420여명의 월간꾸러미 회원들은 청정 자연과 농부의 정성이 담긴 제철 과일과 채소, 곡물 등 5~7가지 농산물을 매달 한 차례씩 일년 내내 받아본다. 꾸러미에 담기는 제품은 무릉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최우선으로 하되, 지역에서 재배하지 않는 땅콩은 우도에서, 당근은 구좌읍에서 수매해 공급한다.

주간꾸러미 회원은 인근 영어교육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교사들로, 현재 94명이 가입해 있다. 안정적인 회원 확보가 중요하긴 하지만 마냥 늘릴 수도 없다. 지역의 어르신들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선별작업해 보내는 방식이어서다. 2017년 한해 선별작업에 430여명의 인력이 투입됐으니, 4명의 정규직원 외에도 주민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꾸러미사업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조합원은 설립 초기 26명에서 지금은 42명으로 늘었다. 2010년 2억 남짓이던 매출도 지난해 6억1000여만원으로 증가했다.

올레길이 위치한 무릉외갓집엔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올레길을 걷던 이들에겐 물이나 음료 한 잔을 건네는 소통의 공간으로, 농산물을 직접 판매도 한다. 주간꾸러미 회원인 외국인 교사들과 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철과일을 이용한 떡 만들기 등 체험행사도 연간 60~70회정도 이어진다. 모두가 안정적인 사업을 지탱하는 힘이다.

지난해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마을을 찾았다. "주민들이 마을기업을 만들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출하하고 일자리도 만들어가는 노력에 감동받았다"는 말을 남겼다.

김윤우 무릉외갓집 대표 "마을브랜드에 주민 자부심도 커졌죠"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아마 70점쯤은 되지 않을까요?" 무릉외갓집이 내세웠던 공동체 활성화가 어디쯤 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김윤우 대표의 대답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이 터잡고 사는 마을과 공들여 키운 농산물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다. 꾸러미 회원들에게 배달하는 농산물은 까다로운 검품과정을 거친다. 배송에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회원들에게 규격과 가격을 먼저 제시하고, 신청 농가를 일일이 방문해 샘플을 수확해 농업기술센터에서 당도와 산도 측정을 거쳐야 회원에게 배달된다. "연중 우리 상품을 받아보는 고객들에게 보낼 물건이니 검품을 꼼꼼히 안할 수가 없다. 수작업으로 꾸러미를 채우는 어르신들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철저하게 골라낼 정도로 꾸러미에는 마을주민의 땀과 함께 정성이 한가득 담긴다"고 얘기한다.

마을기업에선 꾸러미회원 초청행사도 연간 한 두 차례 진행한다. "도시 소비자들이 우리 마을을 찾아 자신들이 받아보는 농산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농촌주민도 만나는 도농교류의 장"이라며 "만족도가 높은 이들의 SNS나 구전마케팅이 안정적인 회원 확보에 힘을 보태주기도 한다"고 했다.

마을기업내 공간은 때론 주민들을 불러모아 문화 갈증을 푸는 공간으로도 변신한다. 수익만 쫓을 생각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김 대표는 "2009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마을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묶어보자는 것이 추구하는 가치였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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