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9 / 제2부 완전 해결을 위한 과제] (1)시급한 특별법 개정

[제주4·3 70주년 아픔을 넘어 미래로-9 / 제2부 완전 해결을 위한 과제] (1)시급한 특별법 개정
국회 발의 개정안 기약없이 표류… 정치권 관심 절실
  • 입력 : 2018. 05.15(화) 21: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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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강창일·오영훈·위성곤 의원과 제주4·3 희생자유족회,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 제70주년범국민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9일 국회에서 제주4·3 특별법 전면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 촉구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한라일보 DB

국회에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기약없이 표류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3건의 특별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2016년 8월에, 오영훈 의원이 2017년 12월에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과 올해 3월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등이 계류돼 있다.

제정 당시 법적 내용보다 진상규명 등 중점 한계
지방선거와 다른 현안에 밀려 장기간 방치 우려


올해 70주년이 된 4·3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희생자 배·보상이나 불법 수형인 재심청구, 지속적인 유해발굴과 추가 진상조사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숱한 과제가 놓여 있다.이는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현안들이다. 그럼에도 여야 정치권은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1월 제정된 4·3특별법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과거사 특별법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념대립과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사건 발생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설 수 있었다. 특별법 제정을 토대로 진상조사보고서가 채택됐고,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유족과 도민들 앞에 국가공권력의 잘못을 사과했다. 이어 4·3평화공원 조성과 국가 추념일 지정 등이 순차적으로 뒤따랐다. 과거사와 관련된 일련의 해결과정이 모범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바른미래당 제주도당이 지난 3월 26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 설명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그럼에도 4·3특별법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 이는 4·3특별법 제1조(목적)에서부터 내재돼 있다. 즉, "이 법은 제주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줌으로써 인권신장과 민주발전 및 국민화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고 있다. 일종의 인권법임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특별법 제정은 논의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던 4·3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다소나마 회복시켜 주자는 취지가 강했다. 여야 합의에 중점을 두다보니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서 인식됐다. 때문에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나 배상(보상) 등의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희생자 및 유족의 범위 제한, 집단학살지 유해발굴, 희생자 재심의 규정, 지속적인 진상규명과 기념사업 문제 등도 대두됐다.

이 같은 한계로 인해 특별법은 한 차례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 2004년부터 특별법 개정작업이 추진돼 2005년 10월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후 2006년 12월 말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07년 1월24일 공포됐다. 특별법 개정으로 희생자 유해발굴이나 평화재단 설립 및 지원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그러나 희생자 배·보상이나 수형인 재심청구 등 현안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처럼 특별법 개정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개정 작업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현재의 정치지형상, 그리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그 이전에 개정 논의가 이뤄질 지는 불투명하다. 자칫 다른 현안들에 밀려 장기간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4·3 70주년을 맞아 현직 대통령으로선 12년 만에 처음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유족과 도민 앞에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국회와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유족들이 그만하면 됐다고 할 때까지 4·3의 완전한 해결을 천명했다. 이는 4·3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추념식에 참석한 여야 대표들도 4·3완전 해결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것은 4·3특별법의 조속한 국회처리임은 물론이다. 말로만 4·3의 완전한 해결을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자문위원=문성윤 변호사·박명림 연세대교수

박찬식 제주학센터장·양윤경 4·3유족회장, 특별취재팀=이윤형 선임기자 표성준 차장 송은범 기자>



■ 특별법 개정안 주요 내용


완전 해결 위해 유족·도민 요구사항 반영


국회에 발의된 3건의 특별법 개정안은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다. 70주년을 계기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유족과 도민들의 요구해온 사항 등을 반영하고 있다. 공통점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여야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단일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창일 의원의 발의한 일부 개정 법률안은 이원화된 희생자·유족의 심사과정 등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현재 심사는 제주도지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실무위원회(실무위)와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위원회)가 맡고 있다. 실무위가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조사 후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면 위원회가 결정하여 실무위에 통보하는 형식이다. 업무가 두 위원회로 나뉘면서 절차가 복잡하고 신속한 심사·결정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실무위 명칭을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로 변경하고, 심사 권한을 부여 일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희생자·유족의 명예회복 조치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특례규정 등을 신설하고 있다.

오영훈 의원의 발의한 전부 개정 법률안은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피해구제에 초점을 두고, 진상조사를 위한 자료제출, 출석요구 등 위원회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4·3사건의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고, 법률의 제명도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으로 제안했다. 희생자와 유족의 권리를 명시하고,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불법 수형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군사재판 무효 조항과 4·3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운영,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대한 처벌조항도 들어있다.

권은희 의원이 발의한 전부 개정 법률안은 사건 중에 발생한 개별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립 위원회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보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위원회는 2년간 진상규명 활동뿐만 아니라 유해발굴감시단 설치 및 희생자 유해발굴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은 희생자와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한 가해자를 위한 특별사면과 복권, 4·3트라우마치유센터 설치 운영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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