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열망하는 시인의 생생한 육성 또렷

통일 열망하는 시인의 생생한 육성 또렷
문익환 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
  • 입력 : 2018. 06.01(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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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00주년 기념 시집
시집 5권에서 70편 가려
문학적 감수성 시편 가득


"이게 누구 손이지/어두움 속에서 더듬더듬/손이 손을 잡는다/잡히는 손이 잡는 손을 믿는다/잡는 손이 잡히는 손을 믿는다/두 손바닥은 따뜻하다/인정이 오가며/마음이 마음을 믿는다/깜깜하던 마음들에 이슬 맺히며/내일이 밝아 온다" <시 '손바닥 믿음' 전문>

1918년 6월 1일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난 문익환 목사. 그의 족적은 생사를 오가며 기록한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

민주화와 통일운동의 상징인 문익환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그동안 펴낸 시집 5권과 산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시들 가운데 시 70편을 가려뽑은 기념시집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가 출간됐다. 시인으로서의 면모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 소박한 언어로 구체적으로 노래한 통일시, 그리고 종교인으로서 느끼는 사회와 민중에 대한 고뇌 등 그의 삶과 사상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엿볼 수 있는 시들로 채워졌다.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인 임헌영은 문 목사를 '일흔여섯 생애 중 여섯 차례에 걸쳐 11년 2개월을 옥중에서 보냈던 우리 민족의 겸허한 심부름꾼' '설움 많은 민중의 동무이자, 반민족 반민주 반통일에 맞서는 전선의 척후병'이라고 표현했다.

문 목사는 윤동주, 장준하와 가깝게 지냈고 장준하의 죽음 이후 군사독재와 싸우기로 결심하며 아호를 '늦봄'이라 짓고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문 목사가 옥중생활을 하면서도 피폐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부인 박용길 장로와 주고받은 편지 덕분이다. 그는 부인에게 '봄길'이라는 호를 지어주고 '늦봄'을 이끌어 준 '봄길'이라며 평생 존경하고 존중하며 그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두 손바닥은 따뜻하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가 한국 현대사와 분단의 아픔, 통일의 열망을 문익환 시인의 육성으로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는 연결고리다.

시인 박준은 시인으로서 문 목사의 모습을 이와 같이 묘사한다. '땀이었다가 눈물이었다가 피였다가 그것들 다독이며 잘 마르게 하는 볕이었다가, 서러움과 흐느낌 모두 함께 데리고 넘어서는 슬픔이었다가, 우리의 하늘과 가장 닮은 얼굴이었다가, 나직하게 운을 떼는 목소리였다가, 세상을 흔드는 일갈이었다가, 너무 많은 죽음들과 함께했던 생이었다가, 이 모든 걸 버리고 다시 모든 걸 믿으며 모든 걸 사랑했던, 오랜 기다림 끝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는 시인 문익환.'이라고. 사계절 1만2000원.

백금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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