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8)개발과 보호가 공존하는 곳 '하가리'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8)개발과 보호가 공존하는 곳 '하가리'
도시 편리함속 농촌의 고즈넉함 살아 숨쉬는 마을
  • 입력 : 2018. 06.25(월) 2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문귀인 가옥.

중산간도로 개통으로 급속히 변화
무지개빛 더럭초·연화못 마을 상징
개발·보전 등 균형유지되면 성공적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약 2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애월읍 하가리. 북쪽으로 고내리와 맞닿고 동쪽으로 신엄리, 용흥리와 인접해 있다. 제주시에서 애조로를 타고 30여분 만에 당도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에는 중산간 도로의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하가리의 변화는 놀랍다.

연화못이 있는 하가 삼거리는 여느 유원지 못지않다. 주차장을 사이에 끼고 카페와 상점 등에 끊임없이 사람이 들락거린다. 공동주택도 많이 늘었다. 다행히 높이제한이 있어 마을 어디에서건 고내봉을 지긋이 내다볼 수 있는 조망권은 유지됐다. 지금은 하가리 거주자가 800여 명에 이른다. 과거 400여명 수준으로 정체됐던 인구가 최근 급증한 것이다. 덕분에 폐교위기의 더럭분교에 학생 수가 늘어 2018년 3월 다시 더럭초등학교로 승격됐다.

이 과정에 마을의 노력이 컸다. 2010년 공동주택사업을 통해 자녀 3명이상의 거주자에게 분양혜택을 주어 모집을 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편리한 가스 공급 등의 이점이 있어 경쟁이 치열했다. 이와 맞물려 더럭분교가 후원프로젝트를 통해 탈바꿈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이젠 무지개빛의 학교의 모습은 연화못과 함께 하가리의 상징이 됐다. 그 결과 16명에 머물던 학생 수가 지금은 100여명으로 증가했다. 한적한 시골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넘쳐나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수확이었다.

하가리 삼거리 전경.

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오랜 세월 마을 안에서 통용되던 관습법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례로 과거 새마을운동 당시 마을길을 닦으며 내놓았던 토지가 지적도상 기부채납 등의 절차를 거쳐 정리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암묵적 합의처럼 통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땅을 파는 과정에서 측량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도로가 포함되는 예들이 생긴다. 땅주인의 입장에서 소유권을 행사해 버리는 순간 마을도로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하가리의 경우 1998년 지적정리를 통해 마을길들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쳐 확인되지 않은 곳들은 여전히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에 비하면 주차와 쓰레기 문제 등은 작은 일이라고 한다.

연화못 산책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정체된 마을이 걱정되던 과거를 생각하면 문제를 해결하며 나갈 수 밖에 없다. 개발과 보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가리는 이의 실험장 같다. 연화못을 중심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택지는 현대식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주로 이주민들이 거주한다. 그렇지만 마을을 조금만 돌아서면 토착민들이 거주하는 옛 마을이다. 앙증맞은 올레길들을 저마다 갖춘 집들과 야무지게 쌓아올린 돌담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마을회가 중심이 돼 전통가옥 보존에도 앞장서고 있다. 마을 내 제주 초가의 전형을 볼 수 있는 곳들을 관리해 방문객에게 개방한다. 또한 연자방아를 고스란히 간직해 보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제주도지정 민속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또한 과거의 급수원이었던 봉천수 4곳도 여전히 보존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을 내 오랜 세월을 인고해낸 팽나무들도 여러 그루가 있다. 300~400년의 세월을 한 자리에서 우뚝 서 지켜보는 나무의 묵직함으로 마을 안 들뜬 기운을 지긋이 눌러준다. 덕분에 마을 안길은 좋은 휴식처가 돼준다.

하가리에서는 낡은 창고도 풍경이 된다.

하가리의 상징 연화못은 3350평으로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다. 이 넓은 연못을 뒤덮는 연꽃과 수련의 풍경은 모네의 작품에 못지않다. 과거 산적들이 살았던 집터에 못을 조성해 주민들의 식수와 우마용 급수를 위한 시설로 이용되다가 지금과 같은 연화못으로 발전돼왔다. 과거 이 연못은 소박한 낚시터였다. 이후 팔각정과 산책로 등의 공사를 거치며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공원시설로 변모해 갔다. 지금은 연못을 끼고 산책로가 조성돼 가까이서 연꽃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하가리는 도시의 편리함과 농촌의 고즈넉함을 동시에 갖춘 곳이다. 이의 균형을 잘 유지한다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후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 나갈지 궁금하지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일은 아닌 듯하다. 이에 대한 책임도 권리도 모두 하가리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장봉길 하가리장 "개발·보전 조화롭게 유지 중요"

하가리 역시 급속히 진행되는 농촌 공동화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마을 시설들을 보강해 나갔다. 연화못을 정비해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아무리 좋은 것도 그냥 두면 빛이 나지 않는다. 잘 가꿔야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연화못 주변으로 산책로 시설을 만들고, 주변의 화단을 가꾸는 이유다.

시골의 젊은 인구가 줄어들자 학교가 분교로 축소됐다. 폐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마을차원에서 공공주택 사업을 통해 학생들을 유치해 냈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곳들이 많지만 우리 마을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 사업을 위해서는 굉장히 정교한 기획이 따라야 한다. 우리는 좀 더 좋은 주거 환경을 위해 노력했다. 자녀 3명을 둔 학부모를 유치하기 위해 알맞은 평수의 아파트를 제공하고 학생 수 유지를 위해 자녀들의 터울까지 고려해 선정했다.

또한 마을 내 가스 공급을 마을차원에서 한다.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환경에서 가스교체 등은 성가신 일이다. 이에 도시가스 개념의 형태로 마을 내 가스관을 연결해 집집마다 공급한다. 기름보일러도 전부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다. 연료비가 30% 이상 절감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그 외에도 공동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오하수관 등의 기본 인프라 구축을 해 놓은 상태다. 새로운 주택들이 들어설 때 이런 문제는 신경 쓸 일이 없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유입 인구가 많이 늘었다. 사람이 많다보니 크고 작은 문제들이 생기지만 이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이를 잘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개발이라고 색안경을 볼 것이 아니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