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그들만의 세상'서 끌어낸 시대의 판결

[책세상] '그들만의 세상'서 끌어낸 시대의 판결
'올해의 판결' 2014~2017년 64선
  • 입력 : 2018. 07.0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을 놓고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졌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문건 파일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의혹 제기만으로 재판과 법관의 독립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일이었다.

'올해의 판결'은 '재판 거래 의혹'이 이슈화되기 직전에 묶여 나왔지만 그 일단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한겨레21은 2008년 이래 별도의 심사위원단을 꾸려 매해 말 그해의 주목해 봐야 할 '올해의 판결'을 선정해 기본권과 인권을 용기있게 옹호해온 판결을 내린 재판관을 응원하고 그 반대편에 있는 판결들을 경고·비판해왔다.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판결을 '그들만의 세상'에서 끌어내 비평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이번엔 박근혜 정부 3년과 문재인 정부 7개월에 걸쳐 이루어진 판결 중에서 '최고의 판결'과 '최악의 판결'을 뽑았다. 64선이 그 판결에 들었다.

2014년은 사법부의 후퇴를 보여준 해로 평가했다. 노동자 파업에 업무방해죄를 남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지만 그 판례를 대법원이 스스로 깨고 철도노조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인정했다. 나쁜 판결 7건 가운데 6건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였다. 2015년에는 2014년 12월말에 나온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고문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6개월로 한정한 대법원 판결이 가장 나쁜 판결에 올랐다.

2016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집회가 현재진행형인 해였다. 청와대 앞까지 촛불 시민들이 행진하도록 허용한 서울행정법원 판결이 최고로 선정된 반면 세월호 참사 당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최악이라는 심사단의 의견이 모아졌다. 알다시피 2017년은 한국 헌정 사상 처음 대통령을 파면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이루어졌다. 이 해 최고의 판결 중 하나다.

책은 '양승태 대법원 최악의 판결 8선'을 별도로 뒀다. 2013~2016년 4년동안 문제적 판결 26건을 가려냈는데 그중 대법원 판결이 절반에 가까운 12건이다. 그 4년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가 안착한 시기와 겹친다. 하급심 판결에 제동을 건 대법원의 문제적 판결 8건을 소개하며 양승태 대법원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봤다. 북콤마. 1만88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70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