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화·창작물 버무려
인간 세계의 양면성 빗대
유쾌한 풍자와 교훈 남겨
'우화'의 사전적 의미는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해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류시화가 최근 '인생 우화'를 냈다. 17세기부터 동유럽에서 구전된 짧은 이야기에서 소재를 빌려 작가가 다듬은 우화와 그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우화들로 엮었다.
이야기의 무대는 폴란드 남동부의 작은 마을 헤움. 상상 속 장소인 이 마을에서 어느 시대에나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작가는 그린다.
우화는 두 천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며 지혜로운 자는 줄고 어리석은 자는 나날이 늘어나 걱정인 신은 두 천사를 부른다. 한 천사에게는 지상에 내려가 지혜로운 영혼들을 모두 모아 고루 떨어뜨리라고 지시한다. 다른 천사에게는 어리석은 영혼들을 전부 자루에 담아 데려오라고 이른다. 지혜로운 영혼으로 바로잡아 다시 세상에 내려보내기 위해서다.
문제는 후자에서 비롯된다. 두 번째 천사가 운반하던 자루가 찢어지면서 그 안에 있던 영혼들이 쏟아져 산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세상의 바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산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손목에 묶은 붉은색 끈이 사라지자 자신을 찾아 헤매는 빵장수,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났지만 도중에 방향을 잘못 잡아 자기가 사는 마을로 돌아와서는 그곳이 자기 마을과 꼭 닮은 다른 도시라고 믿는 구두 수선공, 그리고 자신들이 지어낸 행운의 우물에 대한 거짓말을 반복하다 결국 스스로 그것을 진실이라 믿게 되는 사람들….
이렇게 바보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바로 헤움이다. 그러나 바보들은 예상과 달리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이곳을 세상 어느 곳보다 행복한 장소로 만든다.
'인생 우화'는 인생의 문제를 타협하며 어리석음을 지혜라고 믿는 보편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그린다. 영웅은 역경을 싸워서 물리치지만, 바보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시련을 희화시켜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영웅이 특정한 사람이 아닌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모습이듯, 머리를 긁적이는 바보 역시 우리 안의 일부다. 주인공들은 현명한 체하나 모두 바보이고 거의 늘 틀리지만 그 어리석음 또한 그들의 존재 방식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순수함, 어리석음, 그리고 논리적인 비논리 속에 우리가 사는 사회를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연금술사,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