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人제주] (17)제주맥주 문혁기 대표

[경제人제주] (17)제주맥주 문혁기 대표
"새로운 제주문화 콘텐츠 만들고 싶어요"
  • 입력 : 2018. 10.09(화) 19: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경쟁력 확보차원서 5년간 준비·파트너십도 신중
제주를 담은 유일한 맥주 일정기간 도내서만 유통
"맥주 미식문화 이끄는게 목표"…내년쯤 해외진출

"제주에서 탄생하는 맛있고 신선한 맥주로 국내 맥주시장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더 나아가 전세계가 찾는 새로운 제주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맥주 주식회사 문혁기 대표의 포부다.

우리나이로 올해 마흔인 문 대표의 이같은 포부는 그의 이력에서 시작될 수 있었다. 뉴욕 포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2000년 초반 글로벌 위생관리업체 스위셔 한국 사업권 획득과 함께 2006년엔 다이닝 바(청담 1호점 필두로 백화점 입점)를 창업한 인물이다. 20대때 부터 CEO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제주맥주를 통해 제주의 새로운 문화 콘텐츠 탄생을 꿈꾸고 있다.

▶수제맥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외식사업을 할 때, 사업을 확장하려고 미국에 진출했다가 크래프트 맥주를 만났다. 첫 모금이 매우 강렬했다. 세상에 이런 맥주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신세계였다. 그 전까지 경험한 맥주는 다 비슷한 맛이었기에 이런 다양한 맛의 맥주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 이후 미국에서 직접 홈브루잉도 해보고 여러 양조장을 투어하며 맥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맛있는 맥주를 한국에서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고, 그래서 브루클린 브루어리를 찾아갔다.

▶제주맥주 탄생하기까지 5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어떤 준비가 있었나

=5년이나 걸린 이유는 어떤 맥주와도 경쟁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적합한 출발점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양조장 투어를 하면서 크래프트 맥주의 핵심은 소통이라는 걸 느꼈다. 2009년에 비빔밥으로 미국 1호점을 낼 준비를 하고 갔다가 마음을 바꾸고 2012년 9월까지 미국에서 맥주 시장 조사를 하며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으며, 문화로 소비자들과 가장 잘 소통하고, 글로벌한 협업 경험을 갖고 있는 브루클린 브루어리에 파트너십을 제안해 함께 하게 됐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출국을 보유하고 있는 뉴욕 판매 1위 크래프트맥주사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30년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았다. 많은 크래프트맥주사들이 갑자기 규모가 커지면 위생, 품질 유지 등에서 큰 문제들과 직면하게 되는데, 우리는 상업 맥주를 양조할 때 가장 중요한 위생, 일관적인 품질 유지면에서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데에 브루클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유럽 최대 설비사의 컨설팅을 통해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크고, 크래프트 맥주사 중에서는 유례없는 연구실과 최첨단 양조시설을 갖춘 양조장을 만들었다.

▶처음부터 제주도를 생각했나,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처음부터 제주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크래프트 맥주는 경험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제주도는 매년 1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유입되는 곳이다. 사람들이 여행지로 제주도를 찾았을 때 제주맥주를 만나고,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가는 자연스러운 플로우를 만들고 싶었다. 제주도에서 산과 바다와 올레길을 즐기듯이 맥주와 양조장을 즐기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려고 제주도를 선택했다.

▶창업초기 어려운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크래프트 맥주사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글로벌에서 최첨단 설비들을 들여왔기 때문에 설비들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많았다. 규제라기보다는 종가세라는 한국의 독특한 과세구조 때문에 가장 힘들고, 올해도 주세법이 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되는 이슈다. 수입맥주와 달리, 더 좋은 원료, 설비, 많은 인력 등을 투자하면 할수록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

▶수제맥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종량세로의 주세법 개정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수제맥주사들에게만 어떤 혜택을 달라고 이야기 할 단계가 아니다. 기본적인 출발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 맥주사업자의 소매점 유통이 올해 4월부터 가능해졌는데, 소매점에 새로 출시된 국산 수제맥주들은 거의 없다. 물론 각 양조장들의 유통망 이슈도 있겠지만 애초에 국산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 체계가 수입 맥주보다 너무 불리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의 주세법에 의하면 국산 맥주는 과세표준이 제조 원가, 통상 이윤, 판관비,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원가다. 그러나 종량세는 말 그대로 '양'이 과세표준이다. 국산이든 수입이든 맥주 양은 신고를 하기 때문에 속일 수도 없고, 더 좋은 재료나 비싼 설비, 많은 인력을 들여도 맥주 가격이 오르는 데에 반영이 되지 않는 과세체계인 것이다.

현재 OECD 35개 회원국 중 모든 주류를 종가세로 채택하는 국가는 한국, 칠레, 멕시코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는 만큼 이번 주세법 개정이 시대 흐름에 맞는 적합한 세법 적용이라고 생각한다. 또 주세법 개정은 다양하고 좋은 품질의 맥주를 만들어 내는 중소형 수제맥주 회사들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도 합리적 가격 경쟁을 할 수 있게 돼 고품질의 다양한 맥주들이 시장에 출시돼 맥주 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그 동안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수제맥주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편의점 및 대형마트 등 일반 소매점에서도 쉽게 고급 수제맥주를 접할 수 있게 돼 맥주 소비의 질 향상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주세법이 개정되면 수제맥주사들은 수제맥주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 그 동안 맛보지 못한 새로운 맥주, 신선한 맥주를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산 맥주와 국내 맥주 문화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주맥주의 특징은

=제주를 담은 유일한 맥주, 그리고 새로 출시되는 맥주는 일정 기간 오직 제주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독특함이 있다. 첫 맥주인 제주 위트 에일도 작년 한 해 제주에만 집중 유통했고, 지금도 도외 편의점, 대형마트, 할인마트 등 소매점에는 유통하고 있지 않다.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기 보다는 제주도와 먼저 상생하면서 함께 질적 성장을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첫 맥주인 제주 위트 에일도 레시피 개발 단계부터 방어회, 고등어회, 흑돼지 등 제주 토속 음식과의 페어링을 고려했고, 제주 유기농 감귤피를 사용했다. 치맥(치킨+맥주), 피맥(피자+맥주)처럼 공식같이 느껴지는 고정관념을 깨고, 우리 로컬 맥주를 우리 음식과 함께 마시는 자연스러운 식문화를 만들고 싶다.

지난 8월엔 두 번째 제품인 제주 펠롱 에일을 출시했다. 제주 펠롱 에일도 제주 한치 물회, 방어회 무침, 갈치조림 등의 제주 음식과 궁합이 맞도록 레시피를 잡았다. 현재 제주 펠롱 에일은 도내에서만 유통·판매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래프트 맥주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은 '지역과의 질적, 양적 동반 성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제주맥주 역시 제주도와의 성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 생산하는 제품은 일정 기간 제주도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제주맥주 양조장이 관광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는데

=가까운 미래엔 제주 양조장을 중심으로 제주 관광 콘텐츠의 새로운 소프트웨어적 전환점을 만들 것이다. 제주도는 수십 년 전 신혼 여행지로 각광 받기 시작하다가 올레길 열풍을 맞아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호텔, 펜션, 식당 등 인프라도 함께 증가했다. 이러한 하드웨어적 인프라에 비해 제주도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적 인프라는 비례해 늘어난 것 같지 않다. 이 부분을 저희가 채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맥주는 다양한 문화적 컨텐츠들과 연결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제주맥주 양조장 컨셉도 이런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잡혔다. 맥주로도, 공간으로도, 무형의 협업으로도 제주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커가고자 한다. 제품에 제주산 농산물을 첨가한 레시피를 개발할 뿐 아니라 제주도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적 허브로서 기능하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고민하고 실현해가고 있다.

▶타 크래프트 맥주 경쟁사들에 비해 제주맥주가 갖는 차별성은

=제주를 닮은, 제주를 유일한 맥주라는 것. 해당 지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서 지역 이름만 사용하는 브랜드들과 달리 제품 레시피를 잡을 때부터 생산, 유통, 마케팅을 하는 모든 단계에서 제주를 어떻게 담을 지, 제주도와 어떻게 상생할 지 고민하고 실행하는 진정성을 많은 소비자분들이 알아주고 공감해준다.

내년쯤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있다는 문 대표의 앞으로 목표는 간결했다. "제주맥주가 '제주를 닮은, 제주를 담은 맥주와 양조장으로 제주도의 소프트웨어적 전환점을 만들어낸 진짜 로컬 맥주', '인생 맥주'가 수입 맥주가 아닌 '국산 맥주'가 되게 만든 회사로 자리매김되길 원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맥주 미식 문화를 만들고 이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5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