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기자 가족이 제주여행에서 만든 가족신문 12호.
2006년부터 가족신문 제작
남도에서 제주까지 총 12호"정서적으로 든든한 우물 역할"
영산강, 운주사, 보길도 등 남도에서 출발한 그들의 여행은 제주까지 이어졌다. 여느 여행자들처럼 우리 산하의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눈에 넣었고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을 맛봤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여정에서 가족신문을 탄생시켰다. 김병기 김기숙 김민 김영 가족의 '글쓰기 가족 여행'은 그 날들을 기록한 책이다.
인터넷신문까지 합쳐 23년차 기자인 김병기씨 가족의 여행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워커홀릭 아빠'가 결혼 10년차가 되던 해 가족여행을 떠나자는 아내의 말에 가족신문을 제안한 일이 계기였다. 여행지에서 보고 듣고 만져보며 글을 쓰던 기억이 아이들의 머릿 속에 오래 남을 것 같고 좋은 추억을 만들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존재감도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다.
이들 가족기자단은 1년에 두 번 취재수첩을 들고 길을 나섰다. 여행지는 아이들에게 놀이터이자 가슴 뛰는 취재 현장이 되었다. 전국의 국립박물관, 유명 전시관, 해수욕장, 눈썰매장, 별빛 아래 캠핑장 등을 누볐고 부부와 두 딸 등 가족들은 그곳에서 만난 풍경을 일기 쓰듯 매일매일 A4 용지에 담았다. 연필과 볼펜, 색연필로 쓰고 그린 가족신문은 총천연색으로 12호까지 제작됐다.
"나는 금릉해수욕장에 물이 들어온다고 해서, 모래에 있는 커다란 물웅덩이에서 놀았다. 언니는 게를 잡으러 떠나고, 나는 튜브를 탔다. 그냥 누워 있기만 하면 나아가지 않아서, 튜브 구멍 안쪽으로 손을 넣어 흙바닥을 긁었다. 앞으로 나아가면서 아빠를 보고 외쳤다. "아빠 나는 소라게예요!"(가족신문 12호 김민의 '나는 소라게다')
딸들은 가족신문과 더불어 성장했다. 1대 편집장이던 큰딸 김민은 가족신문으로 여행의 질이 달라졌고 글쓰기도 익숙해졌다고 말한다. 2대 편집장을 맡은 둘째 김영은 가족신문을 만들 때 힘들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모아서 보니 오래된 일기를 보듯 참 재밌다는 소감을 전했다.
엄마 김기숙씨는 서투르고 부족한 솜씨에도 가족신문 만들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씨는 "길고 긴 인생길, 샘물처럼 길어 마실 정서적으로 든든한 우물을 마련해주고 싶다면 가족신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고 말했다. 오마이북.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