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웃음웃을꽃' 김섬 작가

[저자와 함께] '웃음웃을꽃' 김섬 작가
"12가지 들꽃으로 쓴 어른들의 반성문"
  • 입력 : 2018. 12.27(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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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 작가는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가지 제주들꽃을 매개로 어른들의 반성문 같은 동화 '웃음웃을꽃'을 썼다.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립니다. 만삭의 배가 땅에 끌릴 듯 합니다. 하지만 돼지누렁이는 멈추지 않습니다. 한 번도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돼지누렁이이지만 마치 오래 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뱃속의 아가들을 느낍니다. 숲으로 가야 합니다.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식용견으로 팔려나갈 운명에 처한 개 한마리가 쏜살같이 도망쳐 제주 깊은 숲으로 찾아 든다. 뱃 속에 있는 새끼들을 낳아 기르기 위해서였다. 꽃들의 보살핌 속에 마침내 검둥이 하나, 누렁이 둘, 흰둥이 넷 등 일곱남매를 낳는 돼지누렁이. 숲에 새로이 깃든 이 생명체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김섬 작가의 동화 '웃음웃을꽃'은 '제주 곶자왈에서 들려주는 생명 이야기'란 부제가 달렸다. 전작 동화집이 그랬듯 재래닭을 키우고 반려견과 살아가는 작가의 일상이 녹아있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유기견이 식용견으로 길러지는 아픈 현실을 드러내고 그들이 숲에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그려냈다.

돼지누렁이와 칠남매는 숲 속에서 들꽃들의 도움을 받는다. 동화 속 작은 제목에 등장하는 쥐오줌풀, 수정초, 구름체, 물매화, 쑥부쟁이, 절굿대, 구절초, 꽃향유, 개망초, 얼음새꽃, 바람꽃 등은 강아지들을 세찬 바람에서 보호해주고 달콤한 꿀을 내어준다.

식용견 팔려갈 처지된 유기견
숲속에 깃들어 일곱 생명 키워
수정초 등 풀꽃이 건네는 위안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힘없는 생명들이 억압당하고 죽어가는, 차마 대물림할 수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만들어낸 어른들의 반성문이라고 했다. 1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12가지 제주들꽃들의 속삭임에 그같은 사연이 배어난다. 그가 들꽃을 이야기의 매개로 택한 건 그것들은 작고 가냘프지만 서로를 보듬을 줄 알기 때문이다. 들꽃들은 자기만큼씩 뿌리를 내려 때가 되면 피어나고 때가 되면 자리를 비켜준다. 저만 잘났다고 우쭐대지 않고 상대가 보잘 것 없다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작가는 오늘도 숲에 든다고 했다. 그는 숲에서 날마다 살벌해져 가는 세상사를 씻고,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세상을 반성하고, 옹기종기 어우러진 풀꽃 세상을 배운다.

김 작가는 "반려견 장군이와 숲을 산책하는 길에 철창에 갇혀 끌려가는 개들, 버려진 개들과 마주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유기견들의 안락사를 막고 식용견으로 죽어가는 생명들을 살리는 일에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제주작가회의가 내는 계간 '제주작가'에 연재해온 '들꽃동화'를 단행본으로 엮었다. 판매 수익은 유기견 분양을 돕는 데 쓰인다. 들꽃, 돌담, 나무와 어울린 강아지들이 등장하는 동화 속 그림은 에스카씨가 그렸다. 장수하늘소. 1만3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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