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실버세대] (1)프롤로그 빨라지는 고령시계

[꿈꾸는 실버세대] (1)프롤로그 빨라지는 고령시계
모두가 두려워하는 고령사회… 피어나는 희망의 불씨
  • 입력 : 2018. 12.31(월) 18: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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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통계는 65세 이상 노인을 통계 분류상의 생산가능인구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지만 현실에선 수 많은 노인들이 경제 활동을 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사진=한라일보DB

노년부양비 27년 뒤 3.3배 폭증… 고령화 추세 가팔라
'생산 불가능 인구' 치부 곤란… 10명 중 6명 "일 원해"

제2의 인생 꿈꾸는 노년세대 고령사회 희망 찾기 시도


"정년이라는 게 미리 경험할 수도 없는 거잖아. 인생의 반을 훌쩍 넘은 시점에 다들 처음으로 정년이라는 것을 맞는 셈이지"

일본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의 중편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에 나오는 대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각 지자체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헬로라이프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65세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는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사회·경제적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빨라진 고령 시계=제주도의 고령화는 얼만큼 진행됐을까. 제주도가 2017년 말 발표한 '장래 인구추계'에 따르면 지금 이 추세대로라면 제주시는 2028년쯤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됐다. 서귀포시는 이보다 더 빠른 2022년에 초고령사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35년에는 제주도 전체의 인구에서 고령인구(65세 이상)가 차지하는 비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 10명 중 3명은 노인 인구일 것으로 추정됐다.

고령 사회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는 없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통계 수치마저도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년부양비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제주도의 노년부양비는 27년 뒤인 2045년에는 지금보다 3.38배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제주도의 노년부양비는 20.3명이지만 27년 뒤인 2045년에는 68.8명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사전적으로 노년부양비는 15세에서부터 64세까지로 대변되는 '생산가능인구'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연령의 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지만, 애초부터 이 지표는 단순히 세대간 인구 구성비를 파악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다. 노년부양비는 생산가능인구가 고령 인구를 어느 정도 부양해야 하는 지, 즉 고령화로 인해 우리사회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 얼만큼인 지를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제주도의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다른 지역보다 더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국의 노년부양비는 19.6명으로 제주도와의 격차가 0.7명이었지만, 2045년에는 제주도 68.6명, 전국 58.2명으로 격차가 10.4명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우리나라 통계가 15세에서부터 64세까지만을 '생산 가능인구'로 명시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65세 이상을 '생산 불가능' 인구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또 다시 통계를 인용하자면 제주지역 6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절반 정도는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 가능인구' 인것으로 나탔다. 도내 65세 이상 인구 8만9000명 중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4만1000명으로 이 연령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46.5%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은 경제활동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에 더 가깝다.

지난해 통계청이 55세에서부터 79세 사이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장례에 일하기를 원하는 지' 의향을 물은 결과 '그렇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64.1%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이들 연령층에서의 노동 희망 비율이 58.7%였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년 퇴직이 오랜 노고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점점 줄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고령자가 스스로 생계를 잇는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고령자가 생활비를 마련하는 방법 중 하나인 '배우자 혹은 본인이 생활비를 대고 있다'는 응답 비중이 지난해 61.8%로 조사됐다. 경제 활동 희망 비율처럼 스스로 생계를 마려하는 비중도 2011년 51.6%에서 2013년 55.2%, 2015년 58.5%로 꾸준히 늘고 있다.

고령자의 창업도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60살 이상 고령층이 회사의 대표로 돼 있는 신설 법인의 등록 건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신설법인은 7만435개(8월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6.2% 증가한 데 반해 대표자 나이가 60살 이상인 신설법인은 같은 기간 대비 14.2% 늘었다. 60살 이상 신설법인은 연령대별 증가율에서 가장 높아 전체 평균을 2배 이상 상회하고 있었다. 반면 창업활동의 핵심 연령층로 꼽혀온 40대와 50대의 신설법인 증가율은 각각 3.1%, 50대 5.9%에 그쳤다. 60살 이상이 대표자인 법인이 전체 신설법인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올라 2014~2016년 무렵 8% 선에서 올해는 10.5%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어떤 희망을 이야기 할 것인가= '55세부터 헬로라이프' 저자 무라카미 류는 책의 후기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년층에 대해 "체력도 약해지고, 경제적으로도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그리고 이따금 노쇠를 인식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살아가기 힘든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가. 그 물음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사실 그 물음은 고령자 뿐만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이다. 그래서 본보는 '꿈꾸는 실버세대'를 주제로 인생 2모작을 짓고 있는 도민들을 찾아 나선다.

정년 퇴직해 인생의 황혼기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그동안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 지, 또 어떤 목표로 제2의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는 지 등을 엿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고, 또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끄집어 낼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이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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