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깃드는 '황금돼지의 해'
임시정부 수립 - 3·1 운동 발생
100주년 맞아 감회 남달라
세배·윷놀이 등 설 세시풍속
덕담으로 희망 담은 인사도
설 유래 명확하지 않지만…
서로 정 나누는 선인 뜻 담겨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고려시대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는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승려와 내통해 왕을 죽이려고 했지만 왕이 까치와 쥐, 돼지, 용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십이지에서 빠진 까치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는 말에서 '까치설'이 유래됐다는 주장이다. '아치설' 즉 '작은 설'로 아치는 이와 발음이 비슷한 까치로 변했다는 의견도 비등하다.
행운이 깃든다는 '황금돼지의 해'인 2019년 기해년(己亥年), 음력 정월 초하루가 밝아온다. 올해는 양력으로 2월 5일이 정월 초하루가 된다. 음력 1월 1일은 남녀노소 모두가 기다리는 설날이다.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아 그동안 갖고 싶었던 것들을 사고 싶고, 어른들은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끼리 도란도란 앉아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시간을 고대한다.
올해는 일제강점기 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발생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로 설맞이는 여느 해와 남다르다. 글 앞에 동요 '설날'을 내세운 것도 그 의미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고유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음력설을 없애고 신정(양력 1월 1일)을 공휴일로 정해 시행했다.
때문에 윤극영 선생은 우리 노래를 잃고 일본 노래만 부르고 있는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반달'을 비롯해 '설날' 등 많은 동요를 지었다. 최근 영화 '말모이'가 전하는 민족정신이 담긴 우리말을 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그 맥락이다. 동요 속 '까치'는 암흑 속에 갇힌 대한민국을 해방시키는 염원의 상징이며, 반가움이 대상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더없이 정겹다.
설날은 원단(元旦), 정조(正朝), 세시(歲時), 연두(年頭), 연시(年始) 등의 한자어로도 불린다. 또한 신일(愼日)로도 불리는데 이는 삼가고 조심하는 날을 의미한다. 인간의 모든 언행을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생긴 말이다.
설날의 유래는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역법 제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될 뿐이다. 삼국지에 부여족이 역법을 사용한 사실이 기록됐고 신라 문무왕 때 중국에서 역술을 익혀와 조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7세기에 나온 중국의 역사서 '수서'와 '당서'에서 볼 수 있다. 왕권국가로서 설날의 면모를 드러낸다. "매년 정월 원단에 서로 경하하며, 왕이 연회를 베풀고 여러 손님과 관원들이 모인다. 이날 일월신을 배례한다"는 기록으로 국가 차원의 설날 관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설날의 세시풍속으로는 세배, 설빔, 덕담, 복조리 걸기, 윷놀이, 연날리기, 떡국먹기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덕담은 해가 바뀌는 새해 첫날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데 결혼이나 취직, 부자가 되라는 금전 등에 관한 내용이 많다.
놀이로는 연날리기는 액운을 연에 실어 날려보내고, 떡꾹먹기는 백의민족으로서 하얀 가래떡을 먹으면서 한살을 먹는 일명 '통과의례'와 같다. 덕담은 매우 중요하다. 말에는 영혼이 깃든다. 말에 신비한 힘이 그대로 실현되는 영력을 갖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는 지금, 만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담은 새해인사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덕담을 건네 보면 어떨까. 꼭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덕담이 아니어도 좋다.
현대사회에서 설 본연의 뜻은 많이 퇴색되고 있다. 휴대전화 등 통신망의 발달도 안부를 전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지만 예로부터 설이나 제사는 멀리 떨어진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대소사를 나누고 정을 나누라는 옛 어른들의 지혜도 담겨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