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품격있는 죽음 원한다면 잘 사는 법부터

[책세상] 품격있는 죽음 원한다면 잘 사는 법부터
김경희 등 공저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
  • 입력 : 2019. 03.0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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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마흔,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피부는 물론 뼈에서 근육까지 나이듦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사춘기 청소년도 아닌데 감정 기복도 심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부고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익숙하던 삶의 방식에서 한발짝 물러섰더니 저편에 있던 죽음이 보인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일생을 통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듯, 계속해서 죽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동양의 현자들 역시 삶과 죽음은 하나이며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

제주출신 김경희 등 아홉 명의 저자가 치유 협동조합인 '마음애터'라는 이름으로 묶어낸 '사람은 살던 대로 죽는다'는 삶의 한편에 있는 죽음을 들여다봤다. 생사학(사나톨로지)과 심리상담에 기반을 두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풀어놓았다.

이들은 죽음은 그저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한다. 착하다고 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무얼 잘못해서 죽는 것도 아니다. 사물의 자연스러운 질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문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 사실을 예상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그걸 부정하며 오만하게 군다는 점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잘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려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밖에 없다. 살면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원하는 죽음을 선택하기 어렵다. 죽음에 관한 사유는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동반된다. 살면서 자기 결정이 가능해야 존엄한 죽음을 꿈꿀 수 있다.

여행의 즐거움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여행은 과정이고 그 과정이 풍요로울 때 행복한 시간이 주어진다. 우리네 삶도 여행과 닮았다. 모두들 언젠가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지만 죽음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인 삶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품격과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솔트앤시트.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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