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의 영혼, 330여 오름을 다시 거닐다

[책세상] 제주의 영혼, 330여 오름을 다시 거닐다
김종철 글·고길홍 사진 '오름나그네' 개정판
  • 입력 : 2019. 03.29(금)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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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능선을 가진 제주의 오름은 언제나 평화롭다. 허나, 그 속엔 제주의 영혼은 물론 제주사람들의 애환, 그리고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제주 오름의 원전인 김종철의 '오름나그네'가 24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1995년 발간됐던 오름나그네(전3권 높은오름, 사진 서재철)는 끊임없는 독자들의 재출간 요청으로 다시 3권 한정판 양장본으로 묶였다.

김종철 작가가 글을 썼고 이번엔 고길홍 작가가 사진을 곁들였다. 부제로 '제주의 영혼, 오름을 거닐다'를 달았다. 오름나그네는 1990년 제민일보 창간 기획의 하나로 183회에 걸쳐 연재했던 기사를 모은 글집이다.

작가는 당시 지도는 커녕 진입로도 없는 오름 330여개를 찾아다니며 취재했다. 제주사람으로 누구보다 오름을 잘 알고 지켜내려던 열정과 마음 씀씀이가 책 내용에서 확인된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 책을 두고 "제주의 신이 그(김종철)에게 내린 숙명적 과제"라고 했다.

아내 김순이 시인은 재출간에 부쳐 '이토록 아름다우니, 이토록 소중하니-선작지왓에 부치는 그리움'의 글로 남편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오름나그네의 재출간본을 내놓은 배경을 설명한다. 곁에서 지켜본 남편의 오름에 대한 애정을 면면히 기술한다. 현대부터 조선시대의 지도를 찾고, 오름의 위치와 명칭을 파악하고, 관련 문헌과 마을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심지어는 신화와 전설, 각 성씨의 족보까지 구해 섭렵한 사실까지 생생하게 전한다.

"우리는 자연의 자식입니다. 어머니인 제주의 자연이 파괴되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지켜주십시오." 1995년 1월 출판기념회에서 작가가 남긴 마지막 말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각종 난개발 등 지금 제주가 처한 현실에도 큰 울림을 주는 묵직한 말이다.

김순이 시인은 말한다. "그는 자기를 지구라는 행성에 잠깐 들른 나그네라 생각했죠. 그래서 오름답사기의 표제도 오름나그네라 정했습니다"라고. 다비치, 1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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