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가고 싶으신가요? 탐방하고 싶은 곳을 미리 말씀해주셔야 제가 거기에 맞춰서 설명해드릴 수 있어요. 일단 이런 신발(샌들)로는 물찻오름에는 가실 수 없으실 것 같고… 힐링하시러 오신거죠? 그렇다면 여기가 안성맞춤이에요"
제11회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개막한 지난 25일 붉은오름 입구 앞에서 고명희 자연환경해설사가 재치 있는 입담으로 탐방객을 맞이했다. 주말 화창한 날씨 속에 쉴새 없이 몰려드는 탐방객에 둘러 쌓여 잠시도 쉴틈이 없지만 고씨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것은 고씨와 같은 자연환경해설사 15명이 물찻오름과 월든 등 주요 포인트에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때로는 길 안내잡이를, 때로는 이야기 꾼 노릇을 하며 탐방객을 맞이했다.
누구보다 더 숲을 잘 안다는 이들이지만 성공적인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행사를 위해 2개월 간 사려니숲을 정성스레 공부했다고 한다.
고 해설사와 함께 탐방객을 안내하던 사단법인 제주자연환경해설사협회 정희준 회장은 "해설사들이 어디에 배치되든 막힘 없이 사려니 숲 해설을 할 수 있게 역량 강화 사업을 2개월 진행했다"면서 "앞으로 남은 행사 기간에도 탐방객들이 사려니숲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해설사와 고 해설사는 탐방객들을 위한 화관도 준비했다. 하얀 때죽나무 꽃으로 만든 화관을 머리에 얹은 채 삼나무를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탐방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자연환경해설사의 '짧은 강의'를 듣고 탐방을 시작한 이준영(50·서울특별시)씨는 "막연히 숲을 느끼고 싶어 왔는데 해설사들이 입구 앞에서 사려니 숲의 역사나, 조성된 식물 등에 먼저 설명해 주니 숲의 진면목을 잘 만끽하며 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고 해설사에게 사려니숲길의 매력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고 해설사는 "1970년 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심기 시작한 나무들이 어느새 번창해 마치 공룡시대에 나올 법한 수풀림으로 재탄생했다"며 "이런 신비로움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이상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