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人터뷰] 마을교육공동체 '제주북초 온기나눔'

[한라人터뷰] 마을교육공동체 '제주북초 온기나눔'
"엄마품처럼 마을도 함께 아이를 키우는 거죠"
  • 입력 : 2019. 07.04(목)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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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북초 온기나눔' 동아리. 왼쪽부터 원혜경 김지연 이지희씨.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
김영수도서관 온기나눔방에서
공동육아 형식 방과후 돌봄 운영
지역돌봄 확산의 마중물 역할 기대



'마을과 학교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모토 아래 자발적으로 구성된 제주북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인 '온기나눔'.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여덟살, 아홉살 아이들의 정규수업 이후와 방과 후 수업 사이 틈새시간을 '엄마품'처럼 따뜻하게 메워주고 있는 이들을 아이들은 '또 다른 엄마'라고 부른다.

 '제주북초 온기나눔'은 학교 생활이 낯선 1학년 신입생들의 안전한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회원제 동아리다.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돌봄교실과 별도로 학부모들의 재능 나눔을 토대로 공동육아 형식의 방과 후 돌봄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쉼터가 됨은 물론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출결상황을 알려주는 문자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회원 엄마들의 지도 아래 다양한 자율활동(놀이)과 학습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제주북초 '김영수도서관 온기나눔방'에서 '온기나눔'을 처음 기획한 김지연 원혜경 이지희씨를 만났다. '온기나눔방'의 터줏대감인 '지킴이 엄마'들이다.

 '온기나눔'은 당초 지난 겨울방학 두달, 잠시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학교의 지원과 참여자들의 호응 속에 내년 겨울방학까지 시범운영되고 있다. 학기중에는 낮 12시 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방학 중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낮 12시20분까지 운영된다. 올해 제주도교육청의 교육복지 중심 마을교육공동체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운영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온기나눔'은 1·2학년 학생 중 맞벌이 가정과 다자녀가정 중 만 3세 미만 동생이 있는 가정이 우선순위 대상이다. 다만 공동육아 형식이다보니 매월 2시간 이상 정기적인 봉사활동으로 책 읽어주기 등 재능나눔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마저도 힘들다면 월례회의만이라도 참석이 가능해야 학부모 회원이 될 수 있다. 이같은 최소한의 자격 조건은 아이를 그냥 맡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느정도는 '책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현재 12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지희씨는 "재능나눔을 부담스러워하시는 학부모들이 계신데, 특별한 재능을 원하는 게 아니다.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아이들은 공부보다 자기의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엄마'를 원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의 놀이·대화상대를 해주다보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아이들을 느끼게 된다. 지킴이 엄마들에겐 더없이 보람된 순간이다.

 시작은 했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은 있다. 전적으로 학부모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혜경씨는 "제일 중요한 건 신뢰라고 본다. 아이, 학부모와의 믿음은 물론 학교도 배려와 신뢰를 보내준다면 '온기나눔'은 확장되고 안착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연씨는 "바람이 있다면, 온기나눔 시스템을 보고 부모들이 우리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온기나눔'이 원도심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방과후 아이돌봄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온기나눔'이 '지역돌봄'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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