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 탐방] (6)부활 꿈꾸는 일도1동

[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 탐방] (6)부활 꿈꾸는 일도1동
중앙로 - 동문로 엇갈려 지나는 원조 '제주 최대 상업지'
  • 입력 : 2019. 08.13(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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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칠성로 등 곳곳마다
시간 되돌리는 옛 추억 가득
신도시 개발로 상권 내리막길
탐라광장 조성 등에 변화 바람
동문시장 찾는 발길도 여전
지역만의 정체성 찾는 일 중요
역사·문화 등 콘텐츠 발굴을



중앙로에 지하상가가 개통이 되자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구경했던 기억이 있다. 변변한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지하상가를 거닐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여름의 더위도 겨울의 추위도 피할 수 있고 쇼핑과 외식이 한 곳에서 가능했으니 중앙로 지하상가의 인기는 대단했다.

일도동의 좋은 자원인 복원된 산지천

방학시즌이나 연말이 되면 또래의 젊은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지하상가를 활보했다. 이즈음 최초의 햄버거 가게인 '러브리'는 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여기서 만남이 이뤄지면 칠성로로 나와 칠성분식에서 떡볶이를 먹고 심지다방에서 음악을 들으며 파르페의 달콤함에 취하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은 이 같은 추억만 남기고 당시의 가게들은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여전히 중앙로와 동문로의 교차지점에 위치한 일도1동은 제주 최대 상업지역이다. 비록 예전의 명성에 비해 다소 주춤한 상태이나 여전히 중앙로 지하상가와 칠성로를 중심으로 상권이 살아있고 전통 재래시장인 동문 공설시장이 잘 운영되고 있다.

일도1동의 역사는 아주 오래다. 탐라국 시대부터 제주의 중심 마을이었다. 옛 삼성혈의 양을라, 고을라, 부을라 3신이 활을 쏘고 양을라가 터를 잡았던 곳이 바로 일도리라고 한다. 동쪽으로는 건입동이, 서쪽으로는 삼도2동과 인접해 있다. 남쪽으로 이도1동과 경계를 이룬다. 대표적 상업지역이라 거주인구보다는 유동인구가 많다. 더욱이 최근엔 구도심 공동화로 세대수가 점점 더 줄고 있다. 현재는 1612세대에 2804명이 거주한다.

제주의 재래전통시장인 동문시장.

일도1동의 대표적인 장소 칠성로는 칠성단(七星壇)이 있었던 곳이라 해 칠성골이라 불리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산지천으로 근대문물이 유입돼 이 곳에 상점들이 들어섰다. 쌀과 술을 팔던 삼화상점과 신발류 등을 팔던 대구상점, 양과자를 팔던 경성실 등이 있었다. 당시 이 거리를 활보했던 이들은 모던걸 모던보이들이다. 양복과 양장치마로 한껏 치장을 한 그들을 보며 어떤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어떤 이들은 신기한 듯 구경을 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피난 온 문인과 예술가들이 칠성로에 머물렀다.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곤 했으리라.

칠성로에 위치한 갤러리여관

60~70년대 다방은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다. 이즈음 칠성로 다방에서 미술전시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더욱이 제일극장과 중앙극장 등의 영화관들이 들어서며 거리는 더욱 활성화된다. 1973년 제주최초의 백화점인 아리랑백화점이 들어설 즈음은 최대 호황기였다. 이후 신도시 개발로 거주지역이 넓게 분산되며 상권은 점차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08년에는 칠성로 아케이드를 조성하고 최근에는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구도심 활성화 사업 등의 효과로 조금씩 부활하는 조짐이 보인다. 옛 고씨주택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게가 등장하고 있다. 작은 서점과 독특한 카페, 갤러리 등이 반란을 꿈꾼다. 비록 그리 녹록한 여건은 아니지만 이런 작은 변화들은 분명 신선한 생명력이 돼 줄 것이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으로 탄생한 문화시설의 하나인 산지천 갤러리

산지천 분수광장을 건너면 동문시장과 만난다. 더운 날씨임에도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과일과 제주특산품을 같이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아졌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판매 품목이 변한 것이다. 다양한 상품들이 택배를 이용해 배달이 가능해졌다. 관광객들이 마지막 쇼핑장소로 동문시장을 택하는 이유도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분이다. 그리고 동문시장의 떡볶이와 호떡과 빙떡은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하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오르막을 오르면 다시 내리막이 온다. 늘 연구하고 개발해야 한다.

산지천이 복원되고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이용객이 많지 않다. 도로를 예쁘게 꾸미는 것도 좋지만 이 거리에 문화를 통한 생명력을 넣어줘야 한다. 그래서 각종 축제들이 기획되고 있다. 일도1동에서는 산지천 분수광장과 북수구 광장 등을 중심으로 하하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여름시즌 매주 토요일마다 공연과 벼룩시장 등을 열었다. 반응이 좋아 매해 개최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관광공사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있다. 이런 축제들이 있을 때면 상권에 활기가 돋는다. 연중 왁자지껄한 광장이 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는 게 아쉽다.

일도1동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일도1동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다. 신도시들이 갖지 못한 역사와 문화 등의 다양한 콘텐츠들을 귀하게 여기고 발굴해 지역 특성에 맞게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여행작가>

[인터뷰] 변동호 주민자치위원장"주차시설 확충 등 개선을”

우리 마을은 문화예술의 시발점인 곳이다. 한동안 원도심 공동화가 급속히 진행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다양한 시도로 극복하고자 한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으로 칠성로가 많이 달라졌다. 이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들이 시행 중이다. 우리 마을에서도 축제를 기획해 개최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등에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노력 중인데 약간씩 변화가 보인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 마을에 직접적으로 행해지는 사업은 거의 없다. 원도심의 핵심인 일도동에 맞는 사업을 발굴해 산지천과 칠성로 등이 번성할 수 있길 바란다.

과거 수산물검역소 건물이 일도1동 복지회관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지역민은 물론 우리 마을을 방문한 분들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각종 주민자치 프로그램도 이곳에서 행해진다. 어르신 노래 교실은 인기가 좋다.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 바라는 점은 마을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를 보완해야 한다. 우선 주차시설이 절대 부족하다. 마땅한 주자창 부지가 없는 만큼 갓길 주차나 일방통행 등으로 찻길을 조절하여 융통성 있게 주차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또한 탐라문화광장을 조성하며 교통신호가 조금 바뀌어 동문로터리에 교통 정체가 자주 발생한다. 과거처럼 로터리에 회전교차로를 부활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인터뷰] 김명석 동장 "쇼핑중심지로 거듭나게 최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주민편의 시설 확충을 위한 행정지원을 하고 있다. 탐라문화광장 주변의 야간조명시설을 보강하고 노숙자나 주취자 등의 단속 강화로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또한 칠성로의 차 없는 거리에 의자형 화분 등을 설치하고 노후 된 시설물 등을 철거해 환경미화와 방문객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칠성로의 아케이드가 10년이 넘어서며 노후됐다. 이를 개선해야 하지만 아직은 사업비 등이 여의치 않다. 앞으로의 과제이다. 또한 쇼핑거리의 특성상 주차문제는 중요한 사안이다. 대체 주차장을 확보하고자 하나 여의치가 않다. 차량통행이 많지 않은 곳 등에 갓길 주차가 가능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일도1동이 과거처럼 쇼핑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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