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3)제주의 관문 용담2동

[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13)제주의 관문 용담2동
천혜의 자연환경에 사람·문화 어우러지는 공동체까지
  • 입력 : 2019. 09.05(목)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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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바다 끼고 공항 이웃해
용연·용두암 등 전설은 자부심
구도심·소음 문제로 인구 감소
마을 간 협동심이 유지의 요인




연간 1500만명이 드나드는 제주국제공항이 위치한 용담2동. 비행장 동쪽 울타리를 끼고 해안도로로 나가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머리 위에서 볼 수 있다. 육중한 무게의 비행기가 코앞에서 쌩하니 날아가 바다 저편 조그만 점으로 보이는 장면이 신기해 종종 들르는 코스다.

해안도로

어릴 적 꿈꾸던 것보다 더 많은 횟수의 비행기를 타는 요즘에도 그렇다. 물론 이는 어쩌다 한 번쯤 공항근처로 마실 나온 방문객의 시선이기에 가능하다. 공항을 이웃으로 두고 사는 동네 분들에게 비행기의 뜨고 내림은 무덤덤하게 무뎌지고 싶은 일상이다.

제주시의 북서쪽에 위치한 용담2동은 한천을 경계로 둔 마을이다. 원래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한독(大獨)이라는 마을이 형성돼 동쪽은 동한두기, 서쪽은 서한두기라 했다. 이후 1900년경 용두암이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용담으로 합쳤다가 1955년 병문천 서쪽과 한내 동쪽을 용담1동이라 하고 한내와 다호마을, 용두암까지를 용담2동, 닥그네와 어영마을은 용담3동으로 나눈다. 지금은 용담1동과 용담2동 2개의 행정동으로만 분리해 관리하고 있다.

도대불

용담2동의 북쪽은 길게 바다를 끼고 있다. 덕분에 과거의 이곳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는 이가 많았다. 지금도 해녀 30명, 해남 2명, 선박 18척이 있다. 하지만 기다란 해안선을 따라 도로가 난 후 이곳은 제주시 최고의 관광지가 됐다. 카페와 식당들이 즐비한 해안도로는 더 이상 노동의 현장이 아닌 휴식의 공간으로 용도 변경이 된 것이다.

한내의 동쪽은 용담1동이고 서쪽이 용담2동이다. 용연다리의 어느 즈음이 경계가 되겠지만 굳이 나눠 생각할 이유는 없다. 용이 노닐던 연못이라는 의미의 뛰어난 경관을 가진 용연(龍淵)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꾸고 보존하면 될 일이다. 용연 선상 음악회 등의 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지석묘

서한두기의 서쪽에 용두암이 있다. 옆으로 본 모습이 용의 머리와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약 10m 높이의 바위가 바다로 튀어나온 형상이 마치 용이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해 돌로 굳어져 버린 착각을 하게 한다. 사람들은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전설을 만들어 구전시킨다. 용을 신성시하는 이들에게 용연과 용두암의 이야기는 자부심으로 남았을 것이다.

서쪽의 경계는 도두2동이다. 공항활주로의 일부가 도두동에 속한다. 해안으로 용담3동인 어영마을과 닥그내(수근동)가 있다. 바닷가 바위에서 소금을 만들던 곳이라는 의미의 어염이 어영으로 변해 어영마을이라 불리던 곳이다. 수근동은 4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이다. 한때 170여세대 700여명이 생활하던 터전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공항확장 공사로 농토 6만여평이 편입돼 버리고 항공기 이착륙 소음 등으로 살기가 어려워지자 모두 마을을 떠나게 된다. 지금은 물동산 자리에 애향의 동산을 만들어 유적비를 세워 마을의 흔적을 대신 전하고 있다.

해안포구

근처에는 다끄네 도대불이 있다. 과거 마을사람들이 직접 만든 민간등대로 1957년 포구를 조성할 당시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2004년 방파제 공사당시 소실된 것을 2007년 복원해 지금에 이른다. 이전에는 생선기름을 연료로 쓰다가 1970년대 전기가 개설돼 전등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상징적으로 형상만 갖춰놓고 있다.

용담2동의 남쪽으로 연동과 오라3동이 이웃해 있다. 오라 5거리와 공항입구의 도령마루를 경계로 나뉜다. 2019년 현재 6436세대 1만5360명이 이곳에 거주한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오래된 동네인 탓에 골목길이 좁아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항공기 소음 등의 영향을 받는 탓이다.

최근 복원된 서한두기 물통.

하지만 마을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마을끼리의 단합과 지역공동체는 끈끈하다. 월성마을, 용문마을, 용화마을, 흥운마을, 성화마을, 명신마을, 어영마을, 용마마을 이렇게 8개의 자연마을들이 합심해 마을제사도 같이 지내고 마을 일들도 돌아보며 협동심을 발휘하고 있다. 제주의 관문인 공항이 있고 최고의 관광지인 용두암과 해안도로가 있는 용담2동이 지금껏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그 마을들을 지키고 인내해준 마을 분들이 있어준 덕분이다.

용담2동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커다란 지석묘와 맞닥뜨리게 된다. 7기의 지석묘와 선사시대 무덤유적이 있다. 그만큼 오래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았다면 사람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증거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더불어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지역 공동체의 복원으로 날아가는 용처럼 부활할 날을 기대한다. <여행작가>



[인터뷰]


김형주 통장협의회장-"해안경관 활용 지역 활성화를"


김형주 통장협의회장

7대째 용담2동에 살고 있는 토박이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가 구도심이 돼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살기에는 좋다. 마을의 인심이 살아있고 공동체가 남아 있다. 서초등학교와 사대부중고 등의 학교와 은행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서한두기의 물통이 작년에 복원됐다. 천연 용천수인 통물과 머구낭물은 서한두기의 설촌과 연관된 곳이다. 이 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의 중요한 식수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07년 '나리', 2016년 '차바' 태풍으로 심하게 파손돼 소실된 것이 안타까워 복원했다.

해안도로의 수려한 경관을 따라 바다 산책길을 조성하고 푸드 트럭 등을 통해 이색적인 관광 상품이 창출됐으면 한다. 또한 용두암 주변과 연계해 상징적인 바다 전망대 등을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되길 바란다. 이를 통해 일부 개인의 이익이 아닌 지역민이 골고루 오래 잘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오효선 동장-"해안쓰레기 문제 해결해야"


오호선 동장

용담2동은 자원이 많다. 공항과 해안도로, 용두암과 용연 그리고 어영 레포츠 공원이 있다. 또한 7기의 지석묘가 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수근연대와 선사무덤 유적 등의 지방 기념물이 있다.

해안도로 관리를 위해 청정바다지킴이 제도를 운영중이다. 이 분들이 바닷가의 쓰레기 등을 수거하고 분리한다. 하지만 워낙 해안도로가 길고 찾는 이들이 많아 버거운 면이 있다. 렌터카 업체등과 협력해 해안쓰레기 문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장애인지원협의체 등의 조직을 통해 어르신들을 살피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도시재생 학교 교육도 받고 견학도 하며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다. 범죄예방을 위한 안전거리 조성사업인 셉테드(CPTED)는 이미 시행중이다. 용담2동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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