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눈물 마를 날 없는 농심

[백금탁의 백록담] 눈물 마를 날 없는 농심
  • 입력 : 2019. 09.30(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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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농산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과 궂은 날씨로 농부들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 특히 올해 초부터 저온현상에 처음 접하는 '가을장마' 그리고 잇따라 불어닥친 태풍 '링링'과 '타파'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악기상으로 농작물 피해를 보며 농민의 마음은 만신창이다.

올 초, 양배추의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안정을 위해 도내 농가에서는 10% 자진 감축을 감수했다. 이어 마늘과 양파, 맥주보리까지 줄줄이 생산량이 늘며 수확의 기쁨도 가격 하락에 묻혔다.

올해 제주산 양파 생산량은 작년보다 7% 늘어난 9800t이다. 마늘의 경우는 지난해에 견줘 10% 증가한 3만6000t에 달한다. 맥주보리도 9200t으로 전년도 대비 20% 늘었다. 문제는 타지역에서의 생산량도 함께 늘며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는데 있다.

계약재배 마늘은 ㎏당 3000원을 받아 다행이지만 비계약물량이 넘쳐나면서 제값 받기는 고사하고 처리난을 가중시켰다. 더욱 문제는 정부 수매에 있어 남도종인 제주산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가격도 ㎏당 2300원으로 낮아 농가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제주농협이 계약물량과 비계약물량 전량을 수매해 특판행사, 수출 등 처리난 해소를 위해 다각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김장철을 맞아 제주산 마늘 소비가 얼마큼 이뤄질 지가 주목된다.

과잉생산도 문제지만 올해는 유독 궂은 날씨가 농부의 시름을 키웠다. 평년기온보다 낮은 저온현상에 이어 비날씨와 장마가 이어졌다. 여기에 태풍까지 겹치면서 수박과 감귤은 물론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월동무는 폐작에 가깝다. 그야말로 심으면 비가 쓸어가고, 다시 심으면 태풍이 집어삼키고…. 침수와 강풍, 태풍에 따른 염분 피해까지 농사짓기에 최악의 조건을 모두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모종은 모자라고 대신 파종할 수 있는 작물도 거의 없다. 늦게 파종하면 상품도 그만큼 줄어들게 뻔하다.

그렇다고 농부들은 손을 놓고 하늘만 원망할 수는 없다. 쓰러진 모종을 세우고, 농약을 치고, 비료를 뿌리면서 복구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행정에서도 피해농가를 위한 특별지원에 나서고 있다. 작목에 투입한 경영비의 80%까지 보상하는 휴경보상금 특별 지원과 재해대책경영자금 120억원을 투입하고, 추가로 230억원에 대한 지원도 정부에 요청 중이다. 여기에 지역농어촌진흥기금(연리 0.9%) 1300억원을 긴급 투입한다. 농작물 재해보험가입 농가에 대해서는 농협 손해보험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

농가에서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 올해 겪은 뼈아픈 시련을 교훈삼아 과잉생산을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를 입은 농작물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아울러 피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 가입도 필요하다.

젖은 땅과 눈물은 언젠가는 마른다. 최근 몇 년 농부들이 올해처럼 힘든 나날을 보낸 적은 없을 것이다. 농정당국과 농협은 이러한 농부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정책 시행과 함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제주농업이 무너진다는 것은 제주 전체가 무너지는 것과 직결하기 때문이다. <백금탁 경제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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