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더 이상 '여성' 이라 주목 안해도 될 날을

[책세상] 더 이상 '여성' 이라 주목 안해도 될 날을
막달레나 허기타이의 '내가 만난 여성 과학자들'
  • 입력 : 2019. 10.04(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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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인종차별을 당연시했던 그 시대에 흑인이면서 여성인 이들의 처지는 오죽했을까. 뛰어난 두뇌와 재능을 가진 과학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 '히든 피겨스'의 배경이다. 3명의 주인공들은 마침내 우주 개발 전쟁에서 주역으로 인정받지만 이중삼중의 두터운 문을 뚫은 결과다.

헝가리 화학자인 막달레나 허기타이가 쓴 '내가 만난 여성 과학자들'엔 그들을 닮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많은 장벽을 넘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루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밟았던 여성 과학자들의 사연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저자는 마리 퀴리처럼 과학자 부부의 공동 연구 사례를 통해 당시 여성 과학자들이 단독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을 드러낸다. 노벨상 명단에는 빠졌지만 그에 견줄만한 성과를 보여준 러시아, 인도, 터키의 여성 과학자들도 인터뷰했다. 프린스턴대학교 최초의 여성 총장이었던 분자생물학자 셜리 틸먼 등 고위직에 오른 여성과학자들도 소개하고 있다.

'성공한 여성'으로 불리는 그들 중에서 적지 않은 이들이 직장과 가정 양쪽을 살펴야 했다. 종양생물학자 에바 클라인도 그랬다. 그의 남편 역시 종양생물학자였는데 집안일을 하찮게 여겨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내가 '가정주부'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것이 에바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래서 저자가 '엔케이 세포'의 존재를 찾아낸 에바 클라인의 업적을 알리며 "실험실과 가정 양쪽 다 지킬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결론내린 건 아쉬운 대목이다.

여성 과학자들이 스웨덴 왕립과학원 회장을 맡는 등 '유리 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성이라서 더 힘든 현실은 여전해 보인다.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여성 과학자들에 대한 글을 더 이상 쓸 필요가 없을는지도 모른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앞서 언급한 롤모델 제시에 다소나마 이바지하기 위하여 이 책을 바친다." 한국여성과총 옮김. 해나무. 1만98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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