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6)경상남도 남해군 평산리 해녀

[한국 해녀를 말하다 3부] (6)경상남도 남해군 평산리 해녀
"생계 위해 시작한 물질… 어느새 습관처럼 바다로"
  • 입력 : 2019. 10.21(월) 00:00
  •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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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강순보 해녀.

3명 남은 제주출신 해녀 해삼·성게 등 채취하며 생계 이어
행정 지원 수년 전 고무잠수복이 전부… "병원비 등 지원을"

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평산리마을은 바위절벽 해안과 포구 풍경이 아름다워 매년 수많은 탐방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또 청정해역의 자연환경을 갖춰 전복과 해삼 등이 싱싱하기로도 유명한 이곳에서 제주 출향해녀의 숨비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평산리마을에서 제주출신 강순보(82) 해녀를 만났다. 강 해녀는 60여년 전 어려운 가정환경 속 돈을 벌기 위해 제주를 떠나 이곳에 정착해 물질을 이어오고 있다. 강 해녀가 평산리마을에 정착할 당시에는 수십 명의 제주출신 해녀가 물질을 이어왔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점점 해녀의 수는 급감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산리 인근 바다환경은 백화현상이 진행돼 해산물이 줄고 있는 등 해녀들의 생계수단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강순보 해녀의 자택 창고에 걸린 강 해녀의 잠수복.

평산리마을의 해녀는 3명으로 모두 제주출신 해녀다. 이들은 해녀배를 소유하고 있는 선장과 팀을 이뤄 인근 바다에 나가 물질에 나선다. 해녀들의 주 수입은 해삼과 성게 등이다. 해녀배를 통해 지역 인근 해변을 나가 물질을 하며 한달에 보통 15일 정도 물질에 나선다. 10월부터 4월까지는 해삼 등을 채취하며, 비수기에는 성게와 각종 해산물을 잡으며 생계를 이어오고 있다. 수익 분배는 어촌계와 해녀배 선주, 해녀가 나누며 분배는 해산물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다. 해녀들의 하루 수입은 보통 10여만원이지만, 간혹가다 수입이 몇만원에 그쳐 하루 밥값도 제대로 벌지 못할 때도 있다.

강 해녀는 "이곳에 정착할 당시만 하더라도 평산리마을에는 수십 명의 해녀가 물질을 이어오고 있었다"며 "그러나 해가 갈수록 해녀들이 고령화를 겪으며 세상을 달리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등 평산리 마을의 해녀수는 줄어들었고 현재는 3명만 남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해삼 채취 시기인 10월부터는 전국을 돌며 자유롭게 물질을 하고 있는 해녀들이 평산리마을을 포함한 남면지역을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제까지 물질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생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물질을 해오고 있다"면서 "한 평생 물질로 자녀들의 교육과 학비를 지원했다. 최근 들어 자녀들이 (강 해녀의 건강이 걱정돼)바다로 향하는 것을 만류하지만 습관처럼 어느새 몸이 바다로 향한다"고 말했다.

평산리마을 전경.

이처럼 고된 일을 반복하며 가족들의 만류에도 강 해녀를 비롯한 평산리마을 해녀들은 바다로 나가 물질을 이어오고 있지만 행정적인 지원은 미미한 상태다. 수 년 전 받은 고무 잠수복이 평생 행정으로부터 지원받은 전부다. 이마저 30%가량 자부담으로 구입한 것이다.

강 해녀는 "현재 물질을 이어오고 있는 해녀들이 평산리마을의 마지막 해녀가 될 것 같다"며 "국가 차원에서 이 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해녀들에게 고무 잠수복과 병원비 지원 등이 이뤄지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평산리마을은 남해 '바래길'에 속해있다. '바래'는 옛날 남해 어머니들이 바다를 생명으로 여기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 시기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 고동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말하며, 당시 그들이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 코스는 평산항~유구~사촌해수욕장~선구~항촌으로 약 13.7㎞구간이다. 코스를 걷는 데에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특별취재팀=팀장 고대로 행정사회부장, 이태윤기자

▶자문위원=양희범 전 제주도해양수산연구원장, 조성환 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 김준택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정책자문위원, 조성익·오하준 수중촬영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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