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발달장애아동 가족들
장애 이해 돕는 그림책 제작"아이를 키우며 세상 배웠다"
어느 부모가 엘리베이터에서 겪은 일이다. 아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했다.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아이를 그 안에 탄 사람들이 원망과 한심함이 섞인 눈초리로 쳐다봤다. 아이는 발달장애 아동이었다. "저도 이 상황이 싫고 괴롭답니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 마음을 혹시 아시려나요? 지금 이 아이에겐 아무것도 안들려요." 부모는 속으로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발달장애는 겉으로만 보면 비장애 아동과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종종 오해를 받는다. 발달장애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고 주변에서 발달장애인을 많이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발달장애아동 부모 모임인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모든 아이는 특별하고, 우리 아이도 그중 하나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은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일상과 생각, 독특한 개성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아이들을 더 가까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며 그림책을 엮었다.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란 제목이 달린 옴니버스 그림책으로 '당신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아이들 이야기'를 가족의 눈으로 담아냈다.
그림책 제작을 위해 지난 4~10월 '발달장애아동 부모의 옴니버스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이 이루어졌다. 아이의 부모, 형제자매가 글과 그림 작업을 맡아 '나도 할 수 있어요 기다려주면요',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주원이는 대단해' 등 11편을 탄생시켰다.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뇌병변, 언어장애, 발달장애 등을 가진 아이들의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장애아를 키우다 보면 세상 일이 무엇 하나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는 걸 배우고 경험하게 된다. 사람이 자라는 동안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것 같은 모든 기능들이 상당히 과학적이고 신비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하나하나 세밀하게 볼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든 함부로 대할 수가 없게 된다."('내 아이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 중에서)
11월 8~10일, 15~17일에는 제주시 삼도2동주민센터 옆 그림책갤러리 제라진에서 전시회를 연다. 개막 행사는 첫날 오후 7시. 12월 20~22일에는 예술공간 이아에서 그림책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방문객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