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제주도, 그 세 음절 소리에 마음의 평화

[책세상] 제주도, 그 세 음절 소리에 마음의 평화
브렌다 백 선우의 '…나의 제주 돌집'
  • 입력 : 2019. 11.0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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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애월에 25평 돌집
정착·적응기 담은 에세이

미국에 살던 그가 제주를 오가기 시작한 건 2001년이다. 1994년 10대이던 아들을 잃은 뒤 마음을 가눌 길 없어 남편과 동행해 이곳저곳 '힐링여행'을 다녔던 그에게 제주는 각별했다. 2007~2009년에는 제주 해녀에 대한 현장 취재를 거쳐 'Moon Tide-jeju Island Grannies of the Sea(물때-제주의 바다 할망)'도 냈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하는 재미교포 3세인 브렌다 백 선우 작가. 그가 제주에 남편과 여생을 보낼 집을 마련한 사연을 에세이로 엮었다. 지난해 가을 영문으로 펴낸 'Stone House on Jeju Island'의 한국어판인 '바람이 위로하고 달빛이 치유하는 나의 제주 돌집'이다.

노부부는 2015년 제주에 정착할 마음을 굳히고 스물다섯 평쯤 되는 '친환경적이고 한국의 문화가 담긴 집을 지을 수 있는 집터'를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 북서부 해안인 애월읍에 버려진 낡은 돌집이 눈에 들어왔다. 애초 건축 기간을 5개월로 예상했지만 무려 18개월에 걸친 작업 끝에 두 사람의 보금자리가 탄생했다.

'…나의 제주돌집'은 애월에 있는 돌집 이야기를 중심으로 제주에 오게 된 배경, 정착과 적응기로 짜여졌다. 제주에서 2년을 보내며 어촌 마을에 살기로 한 결정이 옳았음을 확신한다는 저자는 제주의 삶에 대한 예찬을 풀어놓는다. 이웃에서 재배한 채소를 캐먹고 때로는 대문을 열어놓고 지내며 1~2km 정도의 거리는 두 발로 걷는다. 지나치게 친밀한 시골생활의 특성상 가끔 뜻밖의 일과 마주하지만 불안이나 걱정보다 흥미로운 발견으로 여긴다.

그저 소리내어 말하는 것만으로 '제주도'라는 세 음절이 마음의 평화를 불러온다는 브렌다 백 선우 작가. 지금도 해변으로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를 보노라면 저절로 두 손 모아 빌게 된다는 그는 대자연이 가르쳐주는 겸손함, 장엄함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래서 근래 제주 마을 곳곳의 과도한 개발, 신당의 훼손, 퇴거 강요, 우려스러운 군사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그는 "국가와 정부 부처, 사람들 사이에 더욱 많은 대화가 오가고 행정적 처리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듯, 섬 하나를 보존하려면 대대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썼다. 서울셀렉션.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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