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꿈꾸다] (12) 제주 ‘크립토벨리’ 조성 성공 방안은

[제주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꿈꾸다] (12) 제주 ‘크립토벨리’ 조성 성공 방안은
산업기반 생태계 취약… 정부지원 없인 ‘일장춘몽’
  • 입력 : 2019. 11.28(목)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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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디 콜멘 SACA (Swiss Asia Crypto Alliance 회장. 고대로 기자

“스위스 기업 초기 ICO 벗어나 기술개발 상품화에 전력질주”
“블록체인특구 부산 개발자 확보 못해 빈 사무실 ‘전전긍긍’”
“제주 전략펀드 기업 지원 불구 개발인력 부족 성장 한계 불가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블록체인 산업을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자 미래 제주 잠재적인 먹거리로 판단하고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모델 발굴 ▷암호화폐와 그 발행에 대한 제도적 특례 마련 ▷블록체인 산업 성장 기반 지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부산시가 제주도를 제치고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제주 '크립토벨리' 조성 사업은 추진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해 민간기업들이 ICO(가상화폐공개·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제주에서만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불허 방침으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지난 11월 8일 스위스 아시아 크립토 연맹 (SACA)과 디컨퍼런스(DConference)주관으로 서울시 코엑스몰에서 열린 블록체인 금융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대로 기자

그동안 제주도는 암호화폐가 악용되는 원인 중 하나가 ICO 기업과 거래소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기준 미비라고 판단, 건전하게 블록체인 산업육성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사실상 금지' 상태가 아닌 명확한 규제와 기준을 조속히 마련해 줘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제주도는 ICO를 전면 허용이 아닌 안전성이 큰 유형부터 단계적으로 ICO를 허용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초기단계에는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CO를 허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추후 ICO 허용 범위를 넓히자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이같은 요구에 정부는 제주뿐만 아니라 블록체인특구인 부산에도 암호화폐와 관련된 사안은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해 국내 ICO는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ICO를 벗어나 4차산업 펀드와 연계한 기업 지원 등을 통한 블록체인 산업기반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제주는 종이 없는 블록체인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실증지역이 됐다. 또 국비를 지원받아 블록체인 기반 전기자동차 폐배터리 유통이력관리시스템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 전경. 고대로 기자

제주시 원도심에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입주 공간인 '혁신창업거점 W360'을 만들고 160억원 규모의 제2호 전략펀드를 조성해 이들에게도 지원할 예정이다. 전략펀드 제2호는 제주도개발공사와 제주테크노파크, 제주은행 등 지역재원 20억원, 국비로 조성된 한국모태펀드 90억원, 기타 민간투자재원 50억 등 총 160억원 규모로 결성된다.

하지만 도내에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부족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3개의 블록체인 기업이 제주에 내려와 기술개발 및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으나 정부와 지방정부의 과제로 기업의 생명을 연명하는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부산으로 이주한 한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부산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현지에서 개발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전세계적인 추세는 ICO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실제 적용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기술 개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했다.

추크 칸톤 바아트 바흐만 경제부장은 "현재 ICO를 하려는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으로 가고 있다"며 "이곳에 있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ICO를 벗어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가 스위스 추크와 같은 세계 크립토밸리 성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스위그 융프라우의 만년설. 고대로 기자

소디 콜멘 SACA (Swiss Asia Crypto Alliance :스위스 아시아 크립토 연맹) 회장은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글로벌 금융의 허브로서 스위스 프랑의 안정성과 정치적인 중립성을 기반으로 전세계 자산가들과 금융서비스의 요충지로 그 위상을 떨쳐왔다. 특히 스위스의 금융감독원인 FINMA는 법과 제도를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개념의 테크놀로지가 도입되었을때 그 개념과 기술을 기존 법과 제도에 통합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또 비탈릭부테린의 이더리움파운데이션이 스위스 추크에 재단설립을 위해 문을 두드렸을때 2014년부터 합리적이고 오픈마인드로 받아들여 워킹그룹을 만들고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을 어떻게 기존의 법이 수용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할 지에 대해 심층 연구하고 관련 리포트를 발표하고 가이드라인 규제정책을 펴왔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가 블록체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금융허브인 스위스의 금융환경이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어떻게 디지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들여다 봐야 한다. 또 스위스 금융당국 FINMA가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규제하고, 크립토 은행을 어떻게 제도권에서 관리·감독하는지, 스위스 금융당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블록체인 기반 금융을 제도권 내에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 알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위스는 최근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각 국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제주도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한 지역발전을 꿈꾸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정부의 지원책으론 '일장춘몽'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끝> 고대로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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