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평소 아껴가며 읽었던 좋은 시가 소슬한 계절을 나는 독자들에게 말을 건넨다. 장석남 시인의 '사랑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와 문태준 시인의 '시가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두 시인이 나란히 내놓은 시 해설집이다.
장석남 시인은 삶 속에서 발굴해낸 80편의 시를 나눈다. 그것들은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물, 사건, 사람의 이면을 집어내 한 편의 시로 표현해 고단한 우리들 삶에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던진다. 거기엔 빛나는 사랑이 있고, 누구든 한두번쯤 떠올렸을 법한 질문들이 있고, 반짝이는 사계절이 있다.
'우주의/ 한 뼘이/ 숨막히는/ 어둠으로/ 메워진다.// 모든 꽃이 숨 막히는 어둠/ 모든 새가 숨 막히는 어둠/ 모든 바람과 모든 물보라도/ 숨 막히는 어둠으로 메워진다.// 두 개의 입술이/ 하나로 포개졌다.'(전봉건의 '입맞춤') 장석남 시인은 '입맞춤'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닌 우주의 일이라고 했다. 그 '한 뼘 우주'에 들어서고 싶다는 그다.
문태준 시인은 마음, 사랑, 희망, 시련과 고난에 대처하는 삶의 자세 등을 간직한 80여 편을 골랐다. 때로 마음에 깊게 새긴 한 편의 시가 삶의 꺾인 무릎을 일으켜 세우는 법, 막막한 우리네 생을 비추는 시들이 펼쳐진다.
'연필을 날카롭게 깎지는 않아야겠다/ 끝이 너무 뾰쭉해서 글씨가 섬뜩하다/ 뭉툭한 연필심으로 마음이라 써본다/ 쓰면 쓸수록 연필심이 둥글어지고/ 마음도 밖으로 나와 백지 위를 구른다/ 아이들 신 나게 차는 공처럼 대굴거린다'(김영재의 '마음'). 문태준 시인의 해설이 덧붙여진다. "마음의 연필심을 뭉툭하게 깎아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헐겁게, 수수하게, 망설이며, 내주면서, 홀가분하게, 사근사근하게, 펀펀하고 넓게, 눈물도 흘릴 줄 알면서 산다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의숲. 각 1만3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