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화평론 60년을 맞은 제주출신 김종원 선생이 오래된 영화 속 장면들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도서출판 작가 제공
아직도 현역인 영화사 연구
‘경성 전시의 경’ 위상 주목“‘의리적 구토'에 앞서 상영”
2019년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 1919년 10월 27일 신극좌의 활동사진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서울 단성사에서 개연된 날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상영된 한국영화가 있다면. 제주가 고향인 영화평론가 김종원은 같은 날 '의리적 구토' 에 앞서 선보인 실사영화 '경성 전시의 경'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의 '영화와 시대정신'은 그런 목소리를 담은 글로 열린다.
김종원 평론가는 1959년 월간 종합지 '자유공론' 11월호에 '한국 영화평론의 위기와 과제'를 발표하며 평론을 시작했다. 이번에 나온 단행본의 부제에 '한국영화 100년, 나의 영화평론 60년'이란 부제가 달린 이유다.
영화와 역사, 영화작가·배우론, 영화 일반론으로 나눠 실린 글은 약 40편이다. 두 번째 평론집 '한국영화사와 비평 접점'(2007) 이래 여러 지면에 발표한 걸 추려 모았다. 끄트머리에는 직접 가려낸 '김종원의 한국 극영화 100선'을 덧붙였다. 1926년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에서 할리우드 장벽까지 넘은 봉준호 감독의 2019년 개봉작 '기생충'까지 다다른다.
60년 넘게 영화평론을 해온 그이지만 출발은 시(詩)였다. 그는 '해방 이후 처음 등단한 제주 출신 문인'이다. '문학과 영화 사이'에서 그가 "서사적 이미지가 강한 시에서 영화가 필요한 함축성과 여운의 향기를 발견한다"고 했을 땐 시인의 면모가 느껴진다.
'한국영화의 기점은 '경성 전시의 경'이다'에서는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현역'으로 한국영화사 연구에 바치는 열정이 전해온다. 그는 이 글에서 해방 전 우리 영화역사를 기술할 때 '조선영화'가 아니라 '한국영화'로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성 전시의 경'의 위상을 바로잡는다. 단성사 사장인 박승필이 제작을 맡았고 일본 미야카와 소우노스케 촬영으로 추정되는 이 영화는 10여 분에 걸쳐 남대문 정거장, 한강 철교 등을 담았다. 저자는 이를 "한국영화의 원류로 평가되어야 한다"며 "앞으로의 과제는 '의리적 구토'의 그늘에 가려 역사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경성 전시의 경'의 위치를 제자리로 되돌려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작가.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