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36)녹내장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36)녹내장
눈 속 압력 낮추는 치료 필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
  • 입력 : 2020. 02.13(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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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녹내장 환자의 망막안저사진(왼쪽), 빛간섭단층촬영검사(가운데), 시야검사(오른쪽) 결과 모습. 사진=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안압 상승 위험요소… 고안압증과 달라
초기 불편증상 없어 진단 어렵거나 지연
한번 치료로 완치 어렵지만 관리 가능

하아늘 교수

녹내장은 카메라 필름에 해당하는 망막 시신경의 손상이 진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시야장애가 점점 나타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말기에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악명이 높다. 황반변성과 함께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질환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국민의 4.7%가 녹내장을 앓고 있어 매우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안과 하아늘 교수의 협조로 녹내장에 대해 상세히 알아본다.

녹내장은 기본적으로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일수록 흔하지만 어린 나이에 선천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고도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과거에 눈을 다친 경우 ▷장기간 스테로이드 안약을 점안한 경우 ▷당뇨, 동맥경화증과 같은 전신 질환이 있는 경우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백내장은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으나 녹내장은 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된 신경은 현재 기술로 되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녹내장은 자각증상이 없는 초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녹내장이 잘 생기는 경우

녹내장을 유발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눈 속의 압력이 높아지는 경우이다. 안압이 상승하는 원인은 다양하며 발생 기전에 따라 개방각녹내장, 폐쇄각녹내장, 외상이나 염증, 망막질환에 의한 이차성 녹내장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의 손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녹내장의 발생 원인을 단순한 안압의 상승만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 ㎜Hg)임에도 불구하고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을 보이는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들이 매우 흔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개방각녹내장 환자의 약 77%가 안압이 정상범위인 정상안압녹내장에 해당한다. 반대로 안압이 정상 범위 보다 높게 측정되지만 시신경은 건강한 고안압증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다.

# 녹내장은 어떤 증상이?

녹내장은 초기에 본인이 느끼는 불편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검진을 받지 않으면 진단하기 어렵거나, 진단이 지연되기 쉽다. 녹내장은 초기에 진단해 안압 조절을 잘 하면 진행속도를 늦추고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만 40세 이상의 모든 성인, 당뇨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경우, 근시가 심한 경우,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장기간 국소·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 중인 경우에는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녹내장 정밀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녹내장의 진단은 하나의 검사만으로 확진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토대로 안과 전문의의 임상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대표적인 녹내장 정밀 검사로 시신경의 구조를 검사하는 시신경 입체 촬영검사, 망막신경섬유층 촬영검사, 빛간섭단층촬영검사와 시신경의 기능을 평가하는 시야 검사를 들 수 있다. 이 밖에 녹내장의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심각막두께검사, 안축장 검사, 혈관빛간섭단층촬영 등을 추가로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앞으로 시신경 손상이 진행하는지 여부가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데 중요하다.

# 녹내장은 어떻게 치료하나

녹내장은 한 번의 치료로 완치할 수 없지만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질환이다. 녹내장이 발생하고 그 손상 정도가 진행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은 높은 안압이므로 안압이 정상 범위인 정상안압녹내장 환자도 진단 시보다 안압을 더 낮추면 녹내장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모든 녹내장 환자들은 그 발생 원인이 다양할 지라도, 기본적으로 안압을 낮추기 위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안압을 낮추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하는 방법은 약물을 안약으로 점안하는 것이다. 안약만으로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을 경우 레이저나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레이저 치료나 녹내장 수술 모두 안압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며, 이미 손상된 시신경의 기능을 되돌릴 수는 없다. 대표적인 녹내장 수술 방법으로 섬유주절제술과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모두 안압 하강을 목표로 눈 속을 채우고 있는 방수가 빠져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수술이다.

# 녹내장 환자에게 도움되는 생활습관은

녹내장은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뿐 아니라 평소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피해야 하고, 항산화 효과가 있는 녹황색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는 많이 마시는 것을 피해야 하고 평소에 체중 관리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도하게 힘을 주는 운동이나, 머리가 가슴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물구나무서기,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을 과도하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넥타이나 허리띠가 너무 조이는 옷은 안압을 높일 수 있고, 수영을 할 때에는 수경이 눈을 너무 조이지 않게 착용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이고 적절한 수면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잘 때 엎드리는 자세는 피하는 것이 좋다.

하아늘 교수는 "녹내장은 급격히 진행하는 경우보다는 천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한다면 실명을 예방하거나 녹내장의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며 "따라서 정기적으로 안과 전문의와 긴밀하게 치료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치료에 임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녹내장에 대한 불필요하고 막연한 두려움은 버리고,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건강 Tip] 신종 코로나 계절 탈까?… “사스 여름, 메르스 겨울 종식”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분리해 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을 강타하고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세계 각국이 나름의 방역시스템을 꾸리고 새 감염병에 맞서고 있지만 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희망'으로 거론되는 게 날씨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를 날씨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건 바이러스가 온도와 습도가 낮을수록 더 오래 살아남고, 온도와 습도가 높을수록 취약해지는 특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독감(인플루엔자)으로 대표되는 유행성 열성 호흡기질환이 매년 날씨가 춥고 건조한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는 게 이를 잘 대변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응용과 환경 미생물학'(Appliedand environmental microbiology)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섭씨 4℃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최장 28일간 생존했다. 낮은 기온이 최적의 생존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는 기온이 20℃, 40℃로 점차 올라가자 빠르게 불활성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습도는 20% 수준으로 아주 낮거나 80% 이상으로 아주 높을 때 바이러스의 활성도가 낮았다.

실제로 2002년 겨울(12월 말)에 처음 등장한 사스는 이듬해 여름(7월)에 소멸해 이런 계절적 특성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사스에 이어 2015년 중동과 우리나라에서 큰 유행을 일으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는 양상이 달랐다. 날이 더워지는 2015년 5월에 시작해 그해 겨울인 12월이 돼서야 종식된 것이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감염과 공중보건 저널'(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적인 양상이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와 확연히 대비된다.

연구팀은 이 논문에서 고온과 높은 자외선지수가 메르스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봤다. 반면 낮은 상대습도와 느린 바람은 메르스 발생률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사스와 메르스의 이런 차이점을 들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에 계절적인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한 싱가포르, 마카오, 홍콩 등의 더운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점으로 볼 때 바이러스 자체가 고온과 다습에 약하다는 것도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이번 신종 코로나가 메르스보다 사스와 더 유사한 특징을 보이는 것으로 볼 때 향후 사스와 비슷한 추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이종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최근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방안 긴급토론회에서 "사스를 예로 들자면, 이번에도 겨울에 시작해 여름에 끝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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